2019년 출간 일정

 

2019년 출간 일정이 어느 정도는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돌발 변수가 생겼다. 직장 민주주의 책이 잘 안 나간다. 물론 책이 잘 안 나간다고 해서 특별히 호들갑을 떨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그냥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고, 다음 책 준비 진도 나간다.

 

직장 민주주의 경우는, 성격이 좀 다르다. 이건 될 때까지 싸우는 수밖에 없는 주제. 내가 원래 운동권 출신이다. 시민 운동하던 시절에도 전국을 몇 번이고 돌았다. 그래도 어디 집회 나가서 앉아 있고, 삭발하는 것보다는 바닥에서 사람들하고 얘기를 더 하는 게 훨씬 편하다.

 

그래서 강연을 좀 하기로 했다. 원래 계획에는 내년 봄에 꽃필 때가지는 나도 좀 쉬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차분한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다. 3월에는 큰 애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그즈음까지는 특별한 일정 없이, 그런 게 원래 계획이었다.

 

강연을 다시 시작하면서, 내년 일정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도서관 얘기는 필라델피아에 갔다오면서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필라델피아 방문도 일단은 무기 연기. 그렇게 하면서 전면적으로 내년 일정을 재조정하게 되었다.

 

1)

당인리는 그냥 일정대로 간다. 큰 변화 없다.

 

2) 농업경제학

원래는 당인리 작업하면서 농업경제학도 같이 할 생각이었는데, 강연이 중간에 끼어들면서 그렇게 하기는 좀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순차적으로 연기.

 

3) 젠더 경제학

도서관 경제학은 필라델피아 갔다 온 다음으로 밀려서, 내년 출간은 좀 어렵게 되었다.

 

최근의 젊은 여성학자들이 젠더 경제학 작업에 도움을 좀 주거나 같이 참여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바로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주제는 현재로서는 젠더 경제학이다.

 

결국 도서관 경제학을 후년으로 미루고, 젠더 경제학을 내년 겨울로 잡는, 그런 조정을 좀 했다. 젠더 경제학은 현재로서는 주로 통계 작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꼭 어딘가 출장을 가거나 인터뷰 작업을 엄청나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몸 보다는 머리가 힘들 작업..

 

그래서 작업 일정이 아닌 출간 일정만으로는 내년은 당인리, 농업경제학, 젠더경제학, 그렇게 세 권으로 라인업을 짰다. 애 둘 보면서 하기에, 사실 좀 벅차기는 하다.

 

젠더경제학은 작업실 지원 정도는 있을 수도 있는데, 내가 원래 그냥 아무 데서나 막 글을 쓰지, 따로 정색을 하고 작업장을 갖추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생각 중이다.

 

일단 이렇게 해놓고, 도서관 경제학 등 그 다음 작업은 내년 여름에 전체적으로 다시 한 번 판단을 하려고 한다. 이젠 애 보면서 뭔가 하는 거라서, 전처럼 일정에 무리하게 맞추고,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요즘은 책도 거의 안 나간다. 무리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방법 없다. 흐름 따라, 힘들면 쉬었다 가고.

 

농업경제학이나 젠더경제학이나, 다 인기 없는 분야고, 무플과 악플, 두 양 극단을 달리는 주제다. 아주 인기가 없거나, 돌멩이가 잔뜩 날아오거나. , 별 상관은 없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황량한 개활지를 나 혼자 걸어가는 일에 나는 아주 익숙하다.

 

책을 쓰기로 마음을 먹고, 책상에 앉기 시작한 게 2004년 여름이었다. 그 동안에 별의별 일이 다 벌어졌는데, 그 시절의 결심을 후회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많은 독자들과 그 기간의 기쁨과 슬픔, 좌절과 고통을 함께 했다. 명박이 시절, 근혜 시절, 순실이 사건도 다 함께 겪으면서 그야말로 찌질한 궁상의 시간을 같이 보냈다. 돌아보면 그래도 행복한 기억이다.

 

2년 전, 뭘 해야 할지도 잘 몰랐고, 둘째는 계속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다. 일정표 같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고, 아내는 인생의 가장 어두운 길을 걷고 있었다. 그 시절에 동료들이 있었고, 책이 있었다. 2018년이 끝나고, 오랜만에 나도 출간 일정이라는 것을 다시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나는 열심히 살지는 않는다. 그러나 명분 없는 일도 안 한다. 보람이 없을 것 같은 일은, 아예 시작하지도 않는다.

 

국가, 민족, 그런 어려운 얘기는 잘 모르겠다. 자기가 태어난 조국에서 자기 자식 교육시키는 게 싫다고 자식들 전부 외국 보내 놓고 자기가 애국자라고 하는데, 뭔지 잘 모르겠다. 틈만 나면 민족 얘기하는데, 미국이 자기 민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그 민족도 잘 모르겠다. 당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는데, 자신의 기회에 최선을 다하는 것인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나는 꼬질꼬질하고 남루하게 살지는 몰라도, 치사하게 살지는 않을 생각이다. 시민운동 팔고, 남의 성과물 팔아서 한 자리 하는, 그런 짓은 죽으면 죽었지,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딴 짓 안 해도, 충분히 많이 웃을 수 있고, 명랑하게 살 수 있다.

 

마이크도 필요 없다. 큰 마이크, 더더군다나 필요 없다. 생각한 주제의 순서대로, 그냥 때가 되면 그 책 출간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이다. 텍스트만으로도 충분히 명랑하게 그리고 보람지게 살 수 있다.

 

2018, 나는 이제야 온전히 웃음을 되찾았다.

 

물론 현실을 돌아보면 존심 상하고, 푸대접 받고, 약간씩 빈정 상하는 일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애가 아파서 병원에 수시로 입원하는 고민에 비하면, 그딴 건 고민 축에도 못 들어가는 일이다.

 

2019년 계획으로 나는 역시가 별 볼일 없이 보낸 2018년을 마무리한다.

 

May the 명랑 be with you..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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