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초기, 음식책 내고 여성동아 인터뷰. 당시에는 먹방은 없었는데, 음식하는 걸로 거의 대부분의 여성지에 내 사진이 나가던 시절이. 은근히, 안 해본 짓이 없다..)

 

강연은 나한테 그렇게 즐거운 일은 아니다. 즐겁지만 않지만 보람은 있다. 보람과 즐거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그런 질문과 비슷하다.

 

직장에서 민주주의가 필요한가, 아직은 우리에게는 어색한 질문이다. 대뜸, 하자,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

 

책 나오고 좀 생각을 해봤는데, 한동안 접어 놓고 있던 강연을 조금씩 다시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IMF 이후에 책 시장 거의 대부분의 분야가 뚝 떨어졌다고 몇 년 후 다시 제자리로 왔는데, 사회과학만 제 자리로 오지 않았다. 그렇게 어렵던 사회과학이 이제는 명맥 마저도 지키기 어려운 순간처럼 되었다. 원래 빈곤의 악순환이라고, 잘 안 팔리니까, 점점 더 책을 안 내고, 그래서 더욱 더 사람들에게서 멀어지고..

 

10년 전에 장하준 선생이랑 내 책이랑 앞뒤로 나오던 시절에는 그런대로 좀 버틸만 했다. 다른 분야랑 사회과학의 차이점은, 뭐가 하나가 앞을 치고 나가면 비슷한 책들도 같이 좀 올라간다. 소설과는 좀 다르다. 한 권 보면 비슷한 책들을 같이 보는 경향이 있다. 그것도 10년 전 일이다.

 

어쩔 거냐? 방법 없다. 다시 바닥부터 박박 기는 수밖에. 그렇게 하면서 사실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진 거 아니겠나 싶다. 다행히도 나는 원래 바닥부터 기는데 익숙한 체질이다.

 

사회적 경제 책 나오고, 진짜 전국을 몇 바퀴를 돌았다. 누가 사회적 경제에 대해서 관심이 있겠나 싶지만, 그냥 돌아다니면서 떠드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책은 주제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

 

직장 민주주의, 새로운 한 해도 오고, 나도 다시 크게 한 번 돌기로 했다. 무리해서 할 생각도 없고, 또 애 보면서 틈나는 대로 움직이는 거라 그럴 형편도 안 된다.

 

지방으로 한 바퀴 크게 돌고, 직장들도 형편 되는대로 가보기로 했다. 얼마나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요청 오는 거 대충은 소화할 생각이다. 그렇게 또 몇 달 지내다 보면 밑에서 좀 변화가 생겨날지도 모른다.

 

세상의 변화가, 그냥 생기지는 않는다. 그런 건 내 몸에도 딱 붙어있다. 이제 나도 나이 50이다. “내가 왜?”, 그런 생각이 들 만한 나이도 되었다. 그래도 기왕 질문을 던졌으니, 별 방법 없다. 얘기가 나왔을 때, 변화를 위한 작은 단초라도 만들고, 추수는 언제할지 몰라도 씨라도 뿌리는 방법 밖에는 없지 않겠는가?

 

아이고 삭신이야, 이런 곡소리 내면서 또 크게 한 바퀴 돌기로 마음을 먹었다.

 

상황 여의치 않으면, 빡빡 기는 수밖에 없다. , 죽었다고 마음 먹고, 진짜로 크게 한 바퀴 돌 생각이다. 방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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