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의 관계는 늘 어려운 질문이다. 예전에 백만 명 넘게 듣는 팟캐스트 하던 시절에는 늘 마이크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아쉽거나 필요하면 언제나 마이크.. 그렇기는 한데, 언제까지나 그렇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거니까. 때가 되었고, 나는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요즘은 블로그와 페북, 두 개를 가지고 책 쓰는 과정에서 1차 의견들을 듣는다. 블로그에는 정말로 내가 완전 초보, 쌩 무명 시절부터 정말로 나의 모든 것들 지켜본 사람들이 있다. 비밀댓글로 뭔가 달아놓는 분들, 진짜로 오래된 독자들.

팟캐스트를 비롯한 방송은 육아 등 여러가지 이유로 내려놓았다. 좀 약간 고집스럽게, 그냥 책은 책의 운명대로.. 지가 알아서 팔리면 팔리고, 말면 말고.

전에는 책 나오면 아는 사람들한테 소개 좀 해달라고 부탁도 가끔은 하고 그랬는데, 이젠 그런 것도 안 한다. 책 추천사도, 귀찮아.. 그냥 머리 굽신거리면서 살고 싶다. 사실 내가 책 추천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순간은 소설 <모피아> 낼 때.. 처음 해보는 짓이라서, 그래도 좀.

어쨌든 블로그와 페북을 통해 독자 얘기들을 듣고, 책 나오면 고마움을 한 번쯤 티타임으로 갖는 것, 그게 내가 하는 사실상의 전부다. 강연도 이젠 거의 다 없앴고, 책 나오면 통상적으로 하는 정도만.

그래도 이런 야무진 꿈 같은 것은 있다.

이번 책이 36번째 책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도 50번째 책을 쓰는 순간이 올 것이다. 50번째는 '코멘터리 북, 우석훈', 요렇게 할 거다. 50권에 대해서 구상을 하던 과정과 아쉬웠던 점, 그리고 하고 싶은 잔소리들, 그런 코멘터리만 가지고 내 삶을 돌아보는 책을 한 권 해보고는 싶다. 원래는 경제대장정 12권 끝내고 할까 했는데, 마지막 4번째, '국가의 기본 시리즈'가 산으로 가는 바람에. 언젠가는 하고 싶다.

그 때는 티타임 대신에, 그 동안 티타임에 참석해준 독자들 한 100분쯤 모시고 근사한 호텔 같은 곳에서 풀코스 디너로 모시는. 나도 그 정도 삶은 살게 된 게, 다 책과 독자들 덕분에..

나는 화려하고 영광스러운 삶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딴 생각 안 하고, 추잡스러운 짓 안 하고, 날탕으로 기만하는 짓 안 하고..

책만 쓰면서 살아도 50권쯤 양서를 쓰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는 하다. 조선에서 50권쯤 열심히 쓰면, 이 정도 대접은 받는다는 것, 그걸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는 있다.

단, 술은 소주와 맥주만..

이제 지난 2년 동안 애들만 보면서 새로 잡은 나의 원대하고 위대하고, 그래봐야 결국은 술 처먹기 위한 개수작에 불과한 나의 소망이다.

사실 민주연구원 부원장 임기가 끝나고, 임기 연장하지 않겠다고 할 때, 뭘 하고 어떻게 살아야할지 아무 계획이 없었다. 후보 시절 문재인과 둘이 소주 한 잔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도와주기는 하겠는데, 캠프에는 안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 저녁 식사 끝나고 사실상 출마 선언을 했다. 그 때 내가 무슨 미래에 대한 원대한 혹은 야무진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캠프에 들어간 적은 한 번도 없다. 아직도 없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을 했다. 각자, 자기 길 가는 거다. 나는 내 길 가는 거고.

나는 당분간 50권째, '코멘터리 북'과 독자들과 하는 파티를 위해서 길을 걷는다. 그게 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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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티타임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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