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노혜경 시인과 차 한 잔. 사람 사는 게 그렇다. 생각났을 때 후다닥 차라도 한 잔 빨리 하지 않으면, 그냥 몇 년 또 후다닥 지나간다. 예전에는 누구 만날려면 밥 먹고, 술 마시고, 그러려다 보니 날짜도 미리 잡고, 이것저것 예약도 하고. 번거로우니까 결국 이리저리 미루다가 후다닥 몇 년 지나간다.

그나마 지금부터 한동안이 내 삶에서 가장 한가운 시간이 될 것 같다. 보통은 책 끝내면 다음 책 나올 때쯤 다음 책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맞추었다.

서평 나오고, 책 반응 보고.. 이러고 있는 내가 너무 싫었다. 되면 되고, 말면 말고.. 최선을 다 해서 원고를 쓰고 탁 잊어버리는 내 모습을 가지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된다. 결국 그런데 신경 안 쓰는 일정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그냥 좀 쉬려고 한다. 잠시라도 다음 책 일정이나 주제는 그냥 내려놓고. 강연도 없앴고, 방송도 다 없앴다 (그랬더니 인터뷰가 ㅠㅠ..)

노혜경 시인, 누님이다. 나는 이상하게 누나들과 잘 지냈다. 대학시절 가장 좋아했고 친하게 지냈던 누님이 둘이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대장금 작가인 김영현 선배.. 평생 이렇게 신세지면서 살 줄은 나도 몰랐다. 지금도 신세진다.

다들 한 자리 한다고 분주하게들 살아간다. 그런 걸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부지런하게 줄서는 넘이 뭐라도 줏어먹고 살게 되는 그 구조가 좀 답답하다. 노혜경은 그런 데에서 한 발 벗어나서, 아쉬움만 담고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 사람이 별로 없다보니, 그게 다 대단해 보인다.

(사진은 50미리, 소위 '여친 렌즈'라고 불리는. 카페 특히 빛이 안 좋은 곳에서 맹활약하는. 차 한 잔 마시는 거리에서 얼굴이 타이트하게 딱 들어오는, 이 프레임 샷으로 유명해진 렌즈다. 가격은 싼 데, 이 조건에서는 최선의 결과를 기대하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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