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courant de l'anti-courant.
유학 시절, 프랑스 친구들이 나에게 몇 개의 별명을 붙여주었는데, 민망스러운 별명들은 빼고, 약간 문학적인 표현이, 비주류 중의 비주류.
하여간 그 시절 대학원과 박사과정을 같이 공부한 프랑스 친구들이, 너같은 꼴통은 첨 봤다, 그렇게 나를 설명하던 순간의 표현이었다.
이 사건의 기원은 1990년, 작크 발리에의 마지막 자본론 원강을 들었던 수업에서, 도대체 독어본, 영어본, 프랑스어본 중, 어느 것을 자본론 1권 - 1권만이다 - 을 원본으로 해야 하느냐라는 논쟁이 붙었는데, 이미 자본론은 볼 필요가 없고, 세상은 '세계화'라고 하던 순간, 참 거시기한 작은 논쟁이었다.
논쟁은 독일어본이 원본이다와 '로이본'인 프랑스본을 정본으로 해야한다는 내가 1:10으로 버틴 상황이었는데... 두 시간 동안을 토론한 다음에 작크 발리에가 내 말이 맞다고 손을 들어주었다. 난 불어도 잘 못하는데, 1:10으로 2시간 동안 논쟁하면서, 죽는 줄 알았다.
그러나, 자본론은 '로이'본이 정본이고, 모든 자본론은 로이본을 기본으로 표현을 가다듬는다. 이건 답이 딱 있는 경우이다. 로이는 맑스의 사위이기도 했지만, 딸을 위해서 맑스가 이 불어본을 아주 꼼꼼히 감수했고, 게다가 각주나 본문에서 "이건 이렇게 보아야 한다", 예를 들면 '위험한 도약', 이 결정적 표현이 전부 불어본 서문에 나온 표현이다.
그럼 나는 그걸 어떻게 알았냐? 어떻게 알긴, 홍훈 선생 수업과 정성진 선생 - 다함께의 수괴, 바로 그 정선진 선생이다 - 수업에서 배워서, 학기말 시험을 위해서 외었던 사항이다.
개인적으로는 1년 후에는 로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맑스의 또 다른 사위, 라파그의 책을 열심히 읽었다. 내가 얘기하는 게으름, 그게 바로 라파그 용어이다.
하여간 그 사건 이후로, 나는 프랑스에 가서도 비주류의 비주류 별명을 들었다.
내가 비주류가 되는 것을 두려워할리가 있겠는가? 난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인 상황을 22살부터, 내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았다.
지는 것은 싫다. 그러나 지기 싫어서 억지로 주류를 따라가기는 더 싫다.
1.
하여간 촛불은 이제 그만 들어가라는 담론이 이제 유행이다. 우파 버전은 너무 뻔하고, 좌파 버전은, 대의민주주의론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정치는 프로한테 맡겨라...
니들은 집에 가고.
또 다른 집에 가라 버전이 더 있기는 하다. 최소한 두 개 이상 있는데, 하나는 정례화시켜라, 토요일만, 이거고, 또 다른 하나는 명박을 미워하는 '대타적 관계' 말고 '성찰적 관계'이면 촛불이 옳다...
하여간 좌파 버전, 집에 가라는,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최장집론, 그리고 아직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Deep Ecology, 이 두 가지 버전이다.
두 개 다 설득력 있다. 이게 문제다.
2.
길게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안 열리니까, 어떻게 논쟁하든 내가 진다. 그래서 나는, 이 논쟁에서는 피한다.
네, 집에 갈 날이 있겠지요 혹은, 제가 가란다고 집에 가겠나요.
두 개 다 정답은 아니고, 면피용 답인데, 다른 말을 하면 거짓말이 되기 싶상이다. 난, 틀린 적은 가끔 있어도, 거짓말을 한 적은 없다.
3.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게 내 생각이다.
50일을 촛불을 켰는데 안되는 거 아니냐라는 생각 앞에, 내가 내놓은 카드는, 초라하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아직은 최장집 아니라 최장집 할아버지가 오신다 하더라도, 이 논리로 집에 가야 한다는 것은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언제까지 이걸 막을 수 없다는 것은, 나도 안다. 거기에 고민이 있다.
최소한 정당에게 상황을 넘겨주기 위한, 뭔가는 말들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그게 아직 없다. 좌파든, 우파든, 촛불은 일단 끄라고 한다.
시간강사 주제에 이걸 막는 것은, 잘 해야 하루이틀인데, 일주일 째 막고 있는 셈이니, 나도 진퇴양란이기는 하다.
너네, 이렇게 버티면서 뭘 어쩔려구...
가슴 아픈 얘기는, 이게 바로 한국 정치의 퇴행이다... 는 정치학자들의 진단이다.
아효, 힘들다.
4. 나는 촛불이고 싶다
그래서 나는 대책없이 촛불 속으로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3주 전쯤의 일이다.
최소한, 한국식 민주주의의 원형을 만들지 못하면, 촛불은, 우파에게도, 좌파에게도 당한다.
한국의 지성들, 그냥 이걸 똘아이 취급하는 게 현실이다.
기운은 좋았으나, 니네 똘아이야... 우파나, 좌파나, 말은 복잡하지만, 풀어보면 이 얘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너네, 현실 모르지? 힘 모르지?
밀리고 밀려서, 가느다른 기적을 바라면서, 내가 블로그 게스트들에게도 촛불 들자고 했던 배경은, 대충 이렇다.
그러나 촛불의 역동성, 아직 감추어둔 패 몇 개는 있는 듯하다. (진심이다.)
그리하여, 여러 경로로 결정한 내 입장은,
나는 촛불이고 싶다. (이 한 마디로 내 인생은 또 다시 복잡다난한 쓰레기통으로 빠져들어가지만, 그런 결정을 내가 한 두번 한 건 아니다.)
쉽게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집에 가라고 하지 마세요, 아직 집에갈 때가 아닙니다.
(토요일까지만이라도 해보자고 하는데, 좌파 어르신들도 자꾸 집에 가라고 한다. 아놔, 죽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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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현군자 2008/07/02 05:41
'반동탁 연합군'주제에 어디까지 갈 셈이냐.. 저도 친구놈들하고 얘기할 때마다 듣는 소립니다. 행간에 숨겨진 말..'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데 지금 와서..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일까요? 시청 앞 전광판에서 본 농협 광고 카피.. '여기까지가 목표라는 생각, 그 생각을 넘어서야 더 큰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생각의 크기를 키워라'.. 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신부님들도, 사회단체 어르신들도 퇴각할 명분..을 주러 나오신 것인지(꼭 그것만은 아니겠습니다만).. 토요일 지나고 2MB가 그럴듯한 뭔가를 내놓아서 이대로 흐지부지.. 다음을 기약.. 이렇게 될 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촛불집회 그리고 그 이후의 결론이 '밥줄 한 번 타보면 생각이 바뀝니다'가 아니었음 좋겠습니다 -_-;; 갑자기 '7인의 사무라이'의 기쿠치요가 보고 싶네요. '이긴 건 우리가 아니라 농민일 뿐이다'라는 엔딩 멘트도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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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실 2008/07/02 07:41
우박사님, 마산의 이장규입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말씀하신 것과 관련해서, 솔직히 고민스럽습니다. 사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 원내정당은 (민노당까지 포함해서) 쇠고기 문제에만 국한시킨다면 이 상황을 원내로 수렴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이 있는데도 안하고 있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방법을 몰라서라면 그들이 진짜 무능한 것이지요), 결국은 그런 식으로 정리하려고 할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그게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것도 아니거니와, 저희 진보신당 같은 원외정당 입장에선 더 답답해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 국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몇가지 생각은 떠오르는데 어느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서 고민스럽네요. 어쨌든, 저 역시 최소한 100일은 계속되어야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때까진 버텨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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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해 2008/07/02 09:51
100일 신봉론에 찬성입니다. 살을 빼더라도 효과는 100일 후에나 나오는 게 일반적인 예가 아닐 듯해요. 1000일 넘게 투쟁하시는 분들은 뭐냐? 물으시면 암담합니다만 100일도 못 넘기고 어찌 변화를 말할 수 있겠나 싶어요. 앞으로 두 달 정도면 가시적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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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2008/07/02 11:13
이제 국회에 맡기라는 최창집 선생이나 여러 어른들의 말에 좀 실망했습니다. 지금은 한국 대의민주주주의의 위기가 아니라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데 말이죠. 이번 일로 4년에 한 번 투표하고 지나서 후회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현실생활에서 참여할 수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 촛불이 민주주의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제도적 사회적 장치를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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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 2008/07/02 18:19
우석훈, 안녕?
이 무더위(뉴욕이 한국보다 몇배는 더 끔찍한 무더위라오..)에 실내의 에어컨은 싫고
난 그저 더위를 피하고자 무작정 비취로 달렸는데..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바닷가에서 오히려 심한 무더위에 시달려 얼굴이 휑해진 하루였다는 것을..
원래 삶이란게 이런가 보오..
뭐든 피한다고 수는 아니라는 것....
석훈이, 잘 있었는지..
당신의 윗글 첫마디< anti-courant de l'anti-courant. >보니
갑자기 오래전에 읽었던
시오노 나나미(塩野七生)의 <Silent Minority>가 난데없이 생각나네..
왜 그런지 나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 책의 한구절이 막 떠올려지네...
“추한 권력은 진정한 의미에서 볼때 권력이 아니다. 그정도 영향력밖에 갖지못한 권력은
진짜권력이 아니라, 게걸스럽고 번들거리는 천한 존재인 것이다. 반대로 진정한 의미의
권력을 가진 인간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게 될 것이다. 훤한 얼굴이라고 바꿔 말해도
좋겠다. 단순한 선도 단순한 악도 아닌, 선악의 피안에 살고 있으니 훤한 얼굴이 안될 수
가 있겠는가... ” ( -권력에 대하여 중에서)
여기서 말하는
선악의 피안... Jenseits von Gut und Böse 이라는 것,
니이체가 이미 했던 말 아니겠나...
참, 가깝고도 먼, 쉬우면서도 어려운 말일세....
현재 한국의 ‘촛불시위’처럼.
하지만 어쩌겠나...
진실을 향한 마음가짐이야말로 그자체로서 아름다우며 절실한 미덕이 아니겠나..
분명히 누군가는 해야 했고, 반드시 해야 하는것....
“아무리 사소한 몸짓이라도 그것이 이세상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한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누군가 말했네...
그런 점에서 당신이 촛불이 되리라는 그말... 감동스럽네 그려...
그리고 말일세, 최장집인지 개똥인지.. 하는 작자 말일세, 그냥 무시해주길 바라네.
한국에 사이비 학자가 어디 한두명이란 말인가...
저런 것들이 정치학자랍시고 학생들 가르쳤다고 생각하니 끔찍하구려..
한국은 확실히 아직은 관념성이 너무 강하다보니 저런 돼먹지 못한 허위지성들이
사회의 시민정서를 배제한 채 그럴듯한 이론의 탈을 쓰고 날뛰네 그려...
좌파,우파를 떠나서 촤장집이란 자는 그나이에
사회심리란 걸 전혀 이해하지 못한 허투루 학자 아닌가..??
“이제 집으로 가라”니 그게 말이란 말인가??
정말 나이값도 못하는 막돼먹은 새끼 아닌가??
아아, 한국에 저런 헛된 인사들 생각하면
내 입도 자꾸 거칠어지네...
석훈이, 자넨 부디 자유로워지게... 아름다워지게...
선악의 피안에서
촛불로 고이 타오르기 바라네...
7/2/2008, 수요일 새벽5시 35초,
-뉴욕에서 K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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