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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지나간 날 아침...

2018.08.24 11:03 | Posted by 우석훈 retired

태풍 때문에 잔뜩 쫄았는데, 결국 힘이 약해져 미풍으로. 애들은 뒤늦게 어린이집에 갔고, 재택근무 신청한 아내도 일 한다고 카페로 나갔다.

여성가족부에서 여성친화기업 관련된 위원을 해주기로 했는데, 첫 회의 한다고 나오란다. 정부에 있을 때에는 이런 위원회 간사 역할을 주로 했다. 위원회 만들고, 수발드는 일. 공식적으로 정부 위원회에 들어간 거는 진짜 오랜만의 일이다. 에너지나 산업 관련 위원회, 일절 안했다. 왠지 옛날에 먹던 자리 가서 남은 거 얻어먹는 기분이 들기도 했고. 또 막상 이상한 거 보면서 가만히 있기도 그런데, 내가 만들어놓은 기본틀을 내가 잘못한다고 뭐라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고. 이래저래, 그냥 안했다.

이게 위원회가, 한번 뭐 하나 하기 시작하면 줄줄이 몇 개를 하게 된다. 그렇게 할 맘은 없고.

강연, 컨퍼런스 발제, 이런 거 요즘 엄청 들어온다. 대부분 사정을 들어 못한다고.. 내가 진짜 열심히 살았던 것은 30대다. 88만원 세대나 괴물의 탄생 등, 내가 한국 경제를 보는 독특한 시각 자체를 그 시기에 만들었다.

보통은 그렇게 한 번 해놓고, 적당히 그걸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나는 그게 싫었다. 50이 되면서, 예전에 해놓은 것은 다 내려놓고, 새로운 것 아니면 안한다는 약간의 결심을 했다. 뭐, 말만 그렇지 매번 새로운 것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새 내용을 만들지 않으면 입 다문다...

우연히 tv에서 박범신이 아버지 얘기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박범신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나는 박범신처럼 살고 싶지 않다... 가 지난 10년 동안 내 삶의 중요한 기준이었다. mb 시절 서울재단 이사장하고 등등.. 개인에게 특별히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처세도 선택이고,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그러나 그렇게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방식으로, 그래도 적당히 자기 거 챙기며...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자리에 앉아 자료들 팍 펼쳐놓고, 낑낑거리기 시작한다. 태풍이 열기라도 좀 식혀주었으면 싶었는데, 너무 힘없이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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