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니체를 불어로 읽었다. 물론... 일부는 불어 공부 삼아서 읽은 것이고, 몇 권은 사 놓고 들쳐보다가 다 못 읽은 것도 많다.

 

아마 내 독서 역사에서 어른이 된 후 가장 재밌게, 그리고 가장 충격적으로 혹은 가장 몰두해서 읽었던 책을 꼽으라면, 니체의 Aurore, 서광이라는 책을 꼽아야 할 것 같다. 프랑스에 가서 불어 공부하다가 아마 처음으로 제대로 읽었던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90년 여름에서 가을 사이, 참 열심히 읽고 충격도 많이 받았다.

 

왜 이 서광이라는 책을 읽었나... 이유는, 니체칸에 꼽혀있던 책 중에서 가장 쌌기 때문에. 그리고 가장 얇았다.

 

그리고 그 시절부터 언젠가 꼭 한 번 봐야지라고 생각하고 아직도 못 읽은 책... gai savoir, 우리 말로는 아마 '즐거운 지식'이라고 번역되었나?

 

gaite라는 단어를 참 좋아했는데, 아마 게떼 정도 발음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 게이라는 말이 나는 20대 때부터 그렇게 좋았다. 이유는 없다. 게이, 게떼 등으로 활용되는 그 이미지가 그렇게 좋았고, 내가 생각하는 명랑이라는 단어는 한 편으로는 이 게이라는 말과 연동되어 있다. 기계적인 이미지를 조금은 가지고 있는 유머와는 조금 뉘앙스가 다르다.

 

(그러나 Aurore라는 책은, 아주 우울한 책이다. 바울 서신에 대한 체계에 대해서 아주 불만을 가지고 있던 니체 얘기가 계속해서 펼쳐진다. 얼마나 우리가 속고 살아가는가... 맥락만 가지고 오면, 지금 명박 시대의 우리 얘기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신자유주의가 클라이막스를 지나 한풀 꺾이는 듯 싶다. 이 시대가 오기는 올 것 같다고 몇 년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그 시기가 오니까 아직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을 모르던 시절, 그 때 읽은 책들이 다시 기억나기도 하고, 잘 생각하보면 막상 이 시기에 뭘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 때는 나도,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뭔가 읽는 것 자체가 좋아서 손에 잡히는 대로 읽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의 열망이나 열정 같은 것들을, aurore나 gai savoir 같은 단어를 접하면서 다시 생각해냈다.

 

뜻도 잘 모르면서 aurore를 읽던 시기, 꼭 이런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가 간절했다.

 

(그러나 그러지는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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