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기분이 좀 이상했드랬다. 점심 때 문예출판사에 갔었다. 그랬더니, 노회장님 별세. 고인의 뜻에 따라 직계가족들만 모시고 조촐히 장례...

이 양반하고 얽힌 얘기를 풀면 책 한 권은 좀 그렇고, 2~3장은 나올 만한 얘기들이 많다. 하여간 경제학 전공인 양반이라, 몇 년간 노닥노닥, 사연이 많다. 진짜 친구처럼 지냈다.

"우박사, 우리랑 책 한 권만 더 합시다."

사회적 경제 책을 내고 나서, 이 양반이 몇 번을 부탁을 했다. 그렇다고 달랑 한 권만 하기도 좀 그렇고 해서, 도서관 책 등 책에 관한 책 두 개를 묶어서 여기서 하기로 했다. 그게 타계하신 분과의 마지막 만남이 될지, 진짜 몰랐다. 건강이 좀 간당간당하기는 했지만, 워낙 잘 버티셔서 한 10년은 더 노닥노닥거리고 놀 줄 알았다.

아드님을 만났는데, 우신다. 장례도 따로 없어서, 문상이라고 치면 내가 첫 번째로 간 셈이다. 햐아, 진짜 가는 데 순서 없다더니.

노회장님하고 나는 정치적 견해는 많이 다르지만, 많은 것이 통했다. 나는 죽고 나면 장례 따로 지내지 않는 게, 식구들한테 남겨놓은 거의 유일한 유언이다. 처음 만났을 때 장례식 얘기가 나와서, 나는 장례 안 지낼 거라고 했더니, 이 양반이 자기도 그렇댄다. 햐, 그리고 진짜 장례식 안 했다.

돈이 있어도 건물 챙기는 것은 좀 아니라고 하는 생각이 같았다. 태극기에 가까운 보수지만, 그렇다고 태극기 들고 나가시지는 않고.

이 양반하고 한동안 태극기 흉 많이 봤다. 출판계 사장 중에는 누가 가고, 누가 가고... 멀쩡하신 양반들이 왜 그러신디야.

어렸을 때 갈메기 조나단 얘기를 너무 재밌게 봤었다. 데미안도.. 그게 이 양반이 내신 책들이다. 시간을 훌쩍 건너 뛰어 지난 몇 년간 친구처럼 지냈다. 나도 영향을 많이 받고, 실제 도움도 좀 받고.

예정된 책이 앞으로도 여러 권 더 있는데, 사회적 경제 책 딱 한 권 하고 보내드리게 되었다.

전병석 회장님, 천국에 가셔서 몇 년 동안 못 드신 술이라도 친구분들과 맘껏 드시길. 더 오래 같이 놀아드리지 못해서 늘 송구스럽기만 하네요.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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