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화 <매리 포핀스>의 첫 장면은 곱게 단장한 레이디들이 여성 권리를 위한 집회에 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 토론하는 장면이다. 그들도 다 이런 논란과 갈등을 겪으면서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암 것도 아니다. 여성학 전공자들하고 친하기는 하지만, 그들의 이론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환원주의가 너무 강하기도 하고, 너무 외국 이론을 경전처럼 기대서 얘기하는 방식이 딱히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페미니스토 아니고, 암 것도 아니다. 페미니즘 이론 1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회가 여성들에게 너무 가혹하고, 우리나라 경제가 여성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생각은 한다. 여러 가지 이유들이 복합되어서 그렇게 된 것인데, 이 구조가 정의롭지도 않을 뿐더러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그대로 두고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기가 어렵다고는 생각한다.

 

경상도 어느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연구차 교수가 포함된 여성 연구원들하고 같이 간 적이 있었다. 밥을 먹게 되었다. 내가 같이 먹자고 다들 같이 앉았는데, 결국 사람들이 여성 연구원 몇 명을 끌어내다시피 밥 먹는 자리에서 밖으로 나오게 했다. 오래 전 일이 일이다. 겸상이라는 거다. 도와주러 간 거라서 그냥 참았지만, 그 때 기억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아직도 겸상 안 한다는 동네가 이렇게 많다니. 내가 마초 지수에 대한 연구를 해야겠다고 처음 생각한 순간이 그 날이다.

 

페미니즘, 그런 건 난 전혀 모르겠지만, 마초가 뭔지는 않다. 우린 다 조금씩 마초다. 습관적 마초, 구조적 마초, 좀 지랄맞은 마초 그리고 뭘 잘 모르는 마초. 페미니즘이 뭘 잘 하는지 못 하는지, 난 그런 것은 모르겠지만 마초로 살면서 당당한 거,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혐도 마초에게는 좀 과한 대접이다. 마치 이게 무슨 철학적 흐름에 있고, 수많은 포스트 모던의 사조 중 하나인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그렇게 복잡한 거 아니다. 남성 근본주의, 그냥 마초일 뿐이다. 여성혐오, 그렇게 고상하고 철학스러운 것도 아니다. 여혐, 한국의 마초들에게는 과도하게 고상하고 격식차린 용어다. 그냥 마초일 뿐이다.

 

더 페미니즘적인 사회, 난 이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덜 마초스러운 사회, 이게 뭔지는 알겠다. 솔직히 나는 페미니즘 잘 모른다. 그래서 그들의 주장도 잘 모르고, 그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경제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그러나 지독할 정도의 마초스러운 모습 그리고 그게 직장에서 벌어지는 질서정연한 바보짓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는 않다. 그건 별로 경제적이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우린 너무 마초스럽게 살았다. 그리고 하던 마초 계속하자, 이런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출산율이 1 밑으로 내려간다. 마초들의 꼰대화, 이런 것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마초 고집 부리다, 우리가 다 망한다. 마초 하더라도, 좀 살살하는 게 좋을 것 같다.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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