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고양이도 애지중지하던 고양 딸, 생협..)

 

예전 집에 같이 태어났던 고양 딸이 둘이 있었다. 하나는 생협, 하나는 강북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고양이는, 역시 생협이다. 얼마나 좋아했으면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이름으로 붙였겠나.

 

다 데리고 이사올 계획이었다. 이사 오기 전 주, 갑자기 영하로 내려간 날이 있었다. 녀석은 그날 밤 죽었다. 늘 집안을 지켜보던 마루 창문, 바로 그 밑에 있었다.

 

시체를 처리해야 하니까 꽤 묵직한 녀석을 안아올렸다. 그 때, 눈물이 정말 많이 났다.

 

그렇게 시간이 많았는데, 왜 나는 한 번도 녀석을 안아주지 못했을까. 왜 죽고 나서야 나는 이 녀석을 품에 안고 울고 있을까.

 

그 때가 큰 애 태어난지 6개월 되기 전이었다. 그 때의 인상이 너무 강렬했다.

 

아마 그 순간 이후, 내 삶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시간도 충분하고, 여유도 있지만 우리는 사랑하지 못한다.

 

너무 늦거나, 헤어지거나, 떠나가거나, 그리고 우리는 그리워한다.

 

고양이 생협이 나에게 남겨주고 간 메시지는, 그렇게 살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날 많이 울었다.

 

이 시절의 얘기가 <아날로그 사랑법>이라는 책이 되었다. 책은 뭐 그닥, 팔리는 둥 마는 둥.

 

그렇지만 정말로 생협이 떠난 후, 나는 삶의 방식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삶의 전환점은 아마 갑자기 영하로 내려간 그 어느 날인 것 같다. 나중에 후회하고 그리워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바보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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