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뒷골목. 전에는 전깃줄 나오는 사진은 아예 찍지도 않았다. 50이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가난한 동네에 전깃줄 가리지 않은 골목 같은 것은 상상 속에만 있다. 이걸 피하려고 일부러 프레임 조정하고 그런 것도 좀 아닌 것 같아서, 이제는 전깃줄에 과감하게 렌즈를 들이댄다. f13으로, 내가 일반적으로 쓰는 조리개값도 더 깊은 값으로. 장마 중간에 잠깐 나온 푸른 하늘이 그래야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아파트에 가리지 않은 시원한 풍경, 서울에 그딴 건 없다.

성북 교회. 구름 속으로 나오는 해가 장마 사이 잠깐 나온 맑은 공기를 분위기 있게. 순전히 우연히 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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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요건 성북 교회 망한 사진. 기왕에 구름 사이로 해가 잠깐 나온 거, 프레임을 조절해서 제대로 해까지 정면에 넣어보려고 했다. 그랬더니 동네 전체까지 실루엣으로 변하고, 밝은 해와 어두운 동네가 너무 프레임 자체로 대비되게 되었다. 선과 악, 갑자기 이런 다크한 분위기로 사진이. 원래는 장마 사이에 잠시 개인 하늘이 나온 게 귀엽고 풋풋해 보였으면 좋겠다는 게 의도였는데, 갑자기 다크한 사진으로. 의도치 않게 교회가 뭘 엄청 잘못한 것처럼 보이고, 갑자기 드라큘라가 어디서 튀어나오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듯. 밝은 마음으로 경쾌한 사진을 기대했는데, 의도치 않게 몇 배나 다크한 사진이. 그래서 일단 망친 거. 해는 보이는데, 밝은 마음이 들지가 않는다.. 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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