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쓰고 싶은데, 쓰지 못하는 책이 좀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농업경제학이다. 1쇄 턴다는 보장만 있어도 벌써 썼을 것 같은데, 자신 없다. 게다가 농업 여건과 제도가 변하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10년 전에 정부에서 만든 농정로드맵 10개년 계획을 가지고 엄청나게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결국 내가 이겼다. 그 시절에 정부와 벌인 논쟁들만 가지고도 책 한 권은 될 거다. 다른 건 몰라도, 농업에서 했던 논쟁들은 대부분 내가 이겼다. 그러나 지금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과거의 무용담, 이런 건 재미없다. 그리고 의미도 없다.

 

전체적으로 한 번 업데이트 한다고 하면, 어마무시한 분석 분량이다.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 사이에 같이 뜻을 나누던 동료들도 다 뿔뿔이.

 

수의사 박상표는 자살. 농업의 아들, 송기호는 송파에서 탈락. 언제나 농업경제학 교수였던 윤석원 선생은 명박 정권과 함께 낙향. 그렇다고 나 혼자 농업 공부 모임 같은 것을 다시 만들어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기에는 여력이 벅차다.

 

이런저런 이유로, 안 할 이유가 한 백 가지 정도 된다. 그런데도 이 주제를 붙잡고 있는 이유는? 내 양심이다. 나는 핸드폰 팔아 쌀 사 먹으면 된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리하여

 

일단 잡아 놓은 형식은, 1이 된 아들에게 아빠가 보내는 편짓글 형식으로 하려고 한다. 물론 우리 큰 애는 아직 7살이라서 택도 없는 얘기이기는 한데.. 사실 상상력만 더 움직일 수 있으면 고1이 되는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하고 싶다.

 

예전에 비슷한 시도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13세 소녀가 모델이었다. 실제 모델도 있었는데, 그 사이 시간이 흘러서 대학교 2학년인가? 엄청 커버렸다.

 

주변에 자주 볼 수 있는 고1 소녀가 있으면 좋겠는데, 현재로서는 없다.

 

이렇게 편지 형식으로 쓰는 것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단점은, 자세한 얘기는 할 수가 없다는. 아무래도 고1의 난이도에 맞추다 보면 정책적으로 엄청나게 복잡한 얘기를 하기는 어렵다.

 

장점은, 얕다는 게 바로 장점이다. 농업경제학 읽은 사람이 그걸 들고 바로 농사지으러 가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상식선에서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선에서, 이 정도는 좀 알았으면 좋겠다, 그런 정도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

 

, 맛만 좋으면 되지.

 

이런 얘기 좀 하지 않을 정도.

 

그래서 일단 50~60개 정도의 주제를 정하고, 조금씩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보려고 한다.

 

농업은 공단 그만두고 나와서 따로 공부를 했다. 생태경제학으로 박사 논문을 쓴 내 양심이었다. 아무래도 좀 더 한국 버전에서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꼭 돈 되는 일만 하고, 폼 나는 일만 하고 살지는 않았다.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도 내 양심이 시키는 대로 움직인 것, 그게 나에게는 농업경제학이다.

 

지난 총선 때에도 농업 공약 총괄을 내가 했었다. 그 때 파트너로 일했던 사람이 이재수다. 쪼르르, 청와대로 가더니, 이번에 춘천 시장이 되었다. 그와 마지막으로 푸드 플랜에 대한 새로운 메커니즘 설계하던 게 불과 2년 전이었는데. 그렇다고 춘천 시장실에 가서, 같이 머리 맞대고 새로 메커니즘 검토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이제는 더 늦기 전에, 나도 내가 아는 농업경제학 마무리할 시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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