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잘 모른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야구가 축구 등 다른 어느 스포츠보다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나도 평생 스포츠 시합장에 간 모든 것을 합친 것보다 야구장에 더 많이 갔다. 하여간 좋아하는 것 같다.

야구와 정치,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르다. 경합을 해야 하고, 승부가 갈린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렇지만 조금은 다르다.

야구는 자기 팀 경기만 보지는 않는다. 자기 게임 없으면 남의 게임도 보고, 게임 보는 틈틈히 다른 구장도 본다.

그리고 자기 팀 선수만 응원하지는 않는다. 잘 하거나 뭔가 감동받을 요소가 있으면 다른 팀 선수도 응원한다. 정치는 좀 다른 것 같다. 다른 팀 선수 응원하면, 난리난다.

야구는 시즌 중에는 이동일 월요일 빼고 1년 내내 한다.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건, 4년에 한 번 혹은 5년에 한 번 정도일 것 같다. 야구보다는 우리 일생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정치이지만, 대체적으로는 좀 관심 없다.

몇 년 전이다. 부산에서 삼겹살 집에 간 적이 있었다. 꽤 큰 집이었다. lg랑 롯데랑 했는데, lg가 역전승을 했다. 큰 tv를 갔다놓고 같이 보게 해놓았는데, 나는 야구 얘기는 한 마디도 안 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광주도 이 정도는 아니다. 부산에 가서 야구 얘기를 하느니,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지.

내가 만난 사람 중에서 나보다 야구를 더 열심히 보는 경제학자는 딱 한 명이 있었다. 정운찬... "어제 어떻게 됐나, 마저 못봐서." 그럼 경기 역전 상황 같은 브리핑을 쭉 해줘야 한다. 우리끼리 만나면 경제 얘기 이런 거, 사실 별로 안 하고 야구 얘기만. 드디어 그는 KBO 총재가 되었다. 그는 야구 책도 냈다. 나는 야구 책 몇 번 검토는 했는데, 시장성이 너무 없다고 다들 반대해서...

대기업 구단이라서, 응원하면서 찜찜한 것은 사실이다. 히로시마 토요카프가 시민구단이라고는 하는데, 완전 시민주주만 있는 것은 아니고. 그런 얘기들 가끔 하면서 시민구단에 대한 꿈을 여전히...

대기업과 큰 정당이 정치를 전부 쥐고 있는 것은 야구랑 정치랑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말이 좋아 참여지, 그냥 응원만...

지방선거 앞두고, 사실 잘 모르겠다는. 난 언제나 지방선거에 야구보다 더 많은 공을 들였었는데, 이번 선거는 난 잘 모르겠네, 배 내밀고 야구만 보는 중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되라, 이기는 편 우리 편, 그런 건 아니고. 공약집 몇 개 들쳐보다가 내려놓았다. 무슨 공약이 이래...

세상 좋아지면 좋겠다는 꿈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정치와 관련된 글들은 절반은 추측, 절반은 독설인 것 같다. 야구도 그렇기는 하다. 야구팬들도 말 어지간히 막한다...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