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에세이, 마지막 고치는 중이다. 그리고 한 꼭지 정도, 더 쓸 생각이다. 책을 핑계로, 진짜로 삶을 한 번 되돌아보았다. 언제부터인가, 남에게 충고 같은 것은 하지 않는 삶이 되었다. 나에게 해줄 충고도 없는데, 남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어제 사무실에 잠시 나갔다. 새로 들어온 스탭들이 복도까지 나와서 인사를 한다. 어색하다. 나는 그들 이름도 기억 못하는데. 미안할 뿐이다. 얼마 전에 아이들 데리고 산에서 산책했다. 누군가 인사를 하는데, 진짜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아빠 친구냐고 물어본다. 대답할 말이 궁색했다.

에세이가 참 독특한 분야다. 책 쓰는 동안에도 내가 많이 변했다. 그리고 탈고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몇 년 동안, 서운하거나 서먹한 상태로 안 보고 있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속의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게 된다. 그걸 그냥 틀어쥐고 나머지 삶을 살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아내가 얼마 전부터 필라델피아 갔다오라고 한다. 돈은 줄테니까, 가서 좀 돌아보고 오라고 했다. 그럴 돈도 없고, 꼭 가야할 이유도 별로 잘 모르겠다. 아내는, 지금 내가 가면 뭔가 느낄 게 많을 것 같으니까, 혼자라도 갔다오라고 했다. 연말이든 연초든, 필라델피아에 갔다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꼭 무슨 이유가 있어서 사는 것만은 아니다. 그냥 사는 거다...

'낸책, 낼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 딱 좋은 날들...  (0) 2018.05.27
50대 에세이, 마지막 글...  (0) 2018.05.21
충청도 코메디 – 메모  (3) 2018.05.15
이화여고와 배화여고  (0) 2018.05.15
괴물의 탄생, 출간 10년...  (0) 2018.05.02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