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친한 후배가 왜 정치 안하느냐고 물어봤다.

"내가 왜?"

정적이 흘렀다. UN 협상가 시절에는 선거에 나갔다. 그리고 됐다. 내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청와대에서 하라고 지시를 했다. 적극 참여... DJ 시절이었다.

한국에서는 딱 한 번 선거에 나갈 생각을 했었다. 송파구청장. 그 시절에는 송파에 살았고, 또 풀뿌리 모임에도 약간은 참여를 하고 있었다. 그건 의미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인생에는 더 중요한 일도 많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강남 좌파라고 기자들이 지랄들을 했다. 돈 좀 많으면서 그런 소리 들으면 억울할 건 없는데,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다. 마침 건강도 아주 안 좋아졌다.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면서 송파구를 떠났다. 이사를 가면서 정치는 물론이고, 출마에 대한 생각도 접었다.

그 때 이사 간 집에서 <모피아>까지 썼다. 그리고 지금 집으로 이사왔다. <불황10년>이 지금 사는 집에서 쓴 책이다.

둘째가 아프면서 내 삶이 많이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고민했던 것은 지방의 도시발전 관련 공기업 사장 제안이 왔을 때다. 그 때는 진짜 고민이 많았다. 지방으로 이사가는 것도 이사가는 거지만, 한 번은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1주일을 고민하고 안 한다고 답을 했다. 그 순간이, 정부나 정부 근처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고민했던 순간인 것 같다. 대선 전의 일이다. 그 때 마음을 먹었다.

재밌는 일, 보람있는 일 그리고 행복한 일, 이런 거 아니면 안 한다고. 돈 되는 일은? 물론 돈 안 되는 일도 한다. 돈만 보면서 뭔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제 어깨싸움의 세계에서 나왔다. 어깨싸움 안 하고도 보람 있고 즐거운 일은 세상에 많다. 나도 이제 50이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하면서 마음이 뜨거워지고 도전의식이 마구마구 생기고, 그런 나이는 지났다.

지금 사는 거, 편안하고 좋다. 나한테 뭘 해야 한다고 그러는 사람도 없고, 나도 꼭 해야 하는 그런 게 없다. 그렇다고 해서 삶이 무의미하지는 않다. 꼭 뭘 해야 삶이 의미가 있고, 그런 건 아닌 듯 싶다. 이렇게 나는 나의 50대를 시작한다.

'남들은 모르지.. > 50대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50대 에세이, 마치고  (0) 2018.05.23
건강한 웃음?  (0) 2018.05.19
30년은 더 살아야...  (0) 2018.05.01
대충 살자...  (0) 2018.04.14
친구들에 대한 단상...  (0) 2018.04.05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