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는데, 나는 출판사를 고르지는 않고 에디터를 고르는 편이다. 같이 호흡 맞춰서 일하는 에디터가 있는 출판사에서 책을 낸다. 글쎄... 출판사에 따른 변화는 크지 않고, 에디터와 호흡이 더 큰 편이다. 그래서 내 책 손 본 에디터들과는 굉장히 오랫동안 알고 지낸다. 사장 거치지 않고 직접 일하면 나쁜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는데, 길게 보면 좋은 점이 더 많다.

 

<아날로그 사랑법>이 요즘도 팬레터가 종종 오는 책이다. 에디터가 나중에 회사를 옮기면서 한동안 연락 못했다. 간만에 생각이 나서 연락을 했더니, 그 사이 쌍둥이 엄마가 되었다. 두 달 되었단다. 오매나야... 견디다 못해서 언니 도움을 좀 받으려고 오늘 이사하는 날이랜다. 애 둘 키우면, 둘이 키우면 둘이 뻗고, 셋이 키우면 셋이 뻗고, 넷이 보면 한 명이 그래도 좀 쉰다. 엄마, 아빠, 두 명이 감당할 노동량을 넘어선다. 막 웃는다. 그렇단다.

 

간만에 책 얘기도 좀 했다. 나는 몰랐는데, <아날로그 사랑법>이 좋은 에세이로 선정되어서 정부 지원도 좀 받고 그랬었단다. 정부 욕 잔뜩 해놨었는데. 예전에 공지영 작가님이 나에게 <봉순이 언니> 얘기를 몇 번 하신 적이 있다. 내가 좀 헤맬 때였다. 써놓고 잊어버린 책이었는데, 그 책이 나중에 다시 살아났다고. 꼭 그런 것까지는 아니지만, 쓸 때 의미 있다고 생각했던 책과 실제 팔린 책 사이에는 좀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영혼 한 부분을 떼어넣는다고 생각하면, 책들이 다 의미가 생기기 마련이다.

 

간만에 부인 출근이랑 애들 어린이집까지 다 챙겨보내고 잠시 커피 한 잔 마시고 예전 지인이랑 옛날 얘기 좀 했다. 오후에는 식구들 다 데리고 바닷가로 여행 간다. 노는 게 남는 거다, 인생의 철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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