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둘째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 중이다. 어쨌든 둘째도 어린이집을 옮기기는 하나보다. 30분 거리에 있는 어린이집 두 군데를 아침 저녁으로 뛰면서, 진짜로 캑캑. 게다가 옮긴 큰 애는 매일 같이 울어서, 오후 2시에 데리고 왔다. 이 나이에 뭔 짓인가 싶었다. 이제 요번 달로 이 지랄도 끝나나보다. 사실, 멍하다. 아침에 아내 지하철역, 그리고 순서대로 돌아서 두 군데 어린이집. 하루는 정말 일어나기 싫었는데, 그래도 5분만에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지난 주에 보니까 입안이 헐었다.

요즘 오는 전화는 잘 받는다. 하는 일이 별로 없으니. 다들 노니까 좋냐고 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가정주부들이 이런 전화 받고 심통이 났을까, 상상이 간다. 바로 앞에 있었으면 소주병으로 머리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 성숙한 50대. 그려, 잘 지내.

이 생활도 다음 주로 쫑이다. 어린이집 두 군데를 도는 건 이젠 안 해도 된다. 한 군데만. 둘째가 다시 적응하는 기간이 있어서 한동안 오전에 다시 데리고 오는 지옥의 일정이 있기는 하지만, 시간은 금방 간다. 이젠 곧 봄이다.

연애도 별로 한 적이 없어서 손 잡고 어디 걸어가고, 그런 기억도 거의 없다. 애들 손 잡고 엄청나게 빨빨거리고 다닌다. 둘째 손 잡으면 큰 애가 자기도 손 잡아 달란다. 아빠 가방 들었잖아. 그래도...

어저께, 아내가 큰 애 하원 시켜준다는 얘기를 했었나보다.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갔는데, 날 보더니 운다. 엄마 안 와? 그래, 그럼 더 있다 와. 핑... 나는 빛의 속도로 다시 돌아나서려는데, 큰 애가 웃는다. 집에 가자... 하여간 일곱 살이긴 하지만, 대가리 핑핑 돈다. 눈치밥도 많이 늘었다.

이렇게 한 달을 지내니까, 예전에는 없던 생각 하나가 생겼다.

내가 살아있구나...

살아있기는 한가보다, 고통이 느껴지는 걸 보니. 그렇게 또 하나의 겨울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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