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디 영화와 관련되어 극장에서 하는 토크쇼에 두 개나 참가를 하기로 했다.

 

정부에서 다큐멘타리 제작과 관련되어 돈을 좀 줄테니, 내용 있는 다큐를 좀 만들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건너건너 받았고, 그래서 다큐 제작을 좀 해볼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물론 나는 촬영이나 그런 건 잼뱅이니, 내가 뭘 하겠다는 건 아니고, 정부에서 돈 따고, 기업 후원 받아서 돈 만들어내는 건, 하던 가락이 있어서, 20대들이 다큐를 하고 싶다면, 돈이나 지원해주는 그런 제작을 해볼 생각이 있었다.

 

결국 접은 건, 명박 정부한테 돈 받았고 궁시렁궁시렁 하는 소리들을 괜히 듣고 있을 필요도 없고, 또 정부 돈이라는 것은 아무리 꼬리표가 없다고 해도, 꼬리표 없는 공짜는 없다. 무엇인가 또 양보하고, 결국에는 검열을 하게 된다.

 

이래저래, 귀찮다, 마침 몸도 아프고. 그래서 접고 나서 인디 영화하는 사람들한테 약간의 마음의 빚이 있어서, 이름이라도 올려달라는데, 그 정도야.

 

하여간 그 첫 번째 일로, 오늘 인디 스페이스에서 하는 청춘불패라는, 의미는 있고, 좋은 다큐이지만, 감성상 좀 서글프고, 약간은 후반부에서 늘어지는 그런 다큐를 봤다.

 

영화 보다가 세 번쯤 울었는데, 내가 영화나 드라마 보면서 우는 건 아무 사건도 아니다.

 

심지어 차마 눈뜨고 봐주기 어려운 오드리 또뚜의 <코코 아방 샤넬>을 보면서도, 사실 울었다. 뭘 보면서 내가 울었다는 것은, 아무런 정보값도 없는 일이다.

 

난 눈물이 헤프다. 주성치 영화에 안 울면서 본 영화가 거의 없을 정도라면, 얼마나 헤픈지.

 

몇 년 전인데, 강연하다 말고 운 적도 있다. 내가 생각해도 한심타... 그날따라 몇 백명 모인 큰 강연이었는데.

 

하여간 인티 스페이스에 준 다큐 DVD가 몇 개 있고, 극장에서 기다리다가 자신이 만든 다큐라고 DVD를 건네 준 감독들이 몇 명 있었다.

 

솔직히, 이거 한 번 봐주세요, 하고 DVD를 건네는데, 괜히 코끝이 짜릿해졌다. 난 DVD든 CD든, 어지간하면  다 돈내고 사서 본다. 그래야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하다.

 

간단한 다큐라도, 몇 년은 고생하는데, 봐 달라고 그냥 건네주는 감독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도 정말 무명시절 거치면서 출판사 문 앞에서 "출판 불가"라고 타박맞고 쫓겨나서, 들어오는 길에 그냥 쓰레기통으로 보낸 책이 10권 가깝다.

 

<88만원 세대>도, 출판 불가 판정을 받은, 그것도 몇 군데 출판사에서 받았던 원고였다.

 

독기가 올라서, 하나도 안 고치고, 그 대신 더 좌파 필 나는 내용을 더해서, 그렇게 출간한 원고였다.

 

<조직의 재발견>이, 내가 마지막으로 출판 판정을 받은 책이었다.

 

책 두 권을 놓고, 두 개의 원고가 다 출판 불가라는데, 참 홍대 앞에서 에디터 기다리면서 만화가게에서 만화 보는데, 자꾸 눈물이 만화책 위로 떨어지던데.

 

짜장면 까지 시켜먹으면서 다섯 시간 동안 홍대 앞에서 기다리다가 에디터에게 바람 맞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하늘이 노랬다. 정말 노랬다. 그런 시절이 3년 전의 내 모습이다. 마흔을 코 앞에 남겨둔, 에디터 전화 연락 기다리면서 홍대 앞 만화가게에서 너무 배 고파서 짜장면 시켜먹던.

 

뭐, 그래도 청춘불패의 주인공처럼 외롭지는 않았다.

 

친구 불러서, 12시까지 술 처먹고 잘 놀다가 집에 들어갔다.

 

어쨌든 오늘 인디 스페이스에서 받아온 다큐들, 시간 나는 대로 곰곰이 하나씩 보고, 꼼꼼하게 독후감을 써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이 장면을 우리가 놓쳐서는 안된다, 오늘도 풀빵으로 끼니를 떼우며 카메라 들고 몸빵하는 다큐 감독들에게,

 

내가 보낼 수 있는 최선의 경의와 지지를 보내고 싶다.

 

다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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