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최종 제목이 이렇게 잡힌 것은 출판을 몇 주 남긴 때의 일이다. 그 직전까지는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사회적으로'였다. 나는 이 제목이 더 좋았지만, 도저히 입으로 읽을 수 없는 제목이었다. 입말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파자형 제목을 포기하고, '사회적 경제'를 그냥 이마에 달기로 했다.

이 책은 계약서부터 시작하면, 5년도 넘는다. 진짜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주제가 청년에서 사회적 경제로 바뀐 것은 3년 정도 된다. 그 뒤로도 역시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회적 경제'라고 제목에 다는 것은 나도 부담스러웠고, 출판사도 부담스러워했다.

사회적 경제라고 제목에 쓰는 건, 책 팔기 싫어요, 그렇게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사랑의 노동'을 비롯해서, 원래 초반 작업 때 사용하던 제목들은 따로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내 심경이 바뀌었다. 책은 덜 팔리더라도, 그냥 정직하고 정확한 제목을 다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책 제목 그대로이다. 어떻게 좌우를 넘는가, 내가 보고 들은 것과,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정리하였다.


2.
지금 내용을 마무리하려고 준비하는 또 다른 책이 있다 <국가의 사기>, 시기상으로 그리고 정서상으로,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는 아무래도 쌍둥이 책이 될 것 같다. 한참 중반 작업쯤 들어가 있을 때, 최순실 사태가 벌어졌다. 나에게도 고통스러운 사건이었다.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인가? 온다면 그 시대가 우리들에게 바람직한 사회일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좌우 이념의 대결로 인해서 어려웠던 문제가 사회적 경제 책에 주로 나간다. 그리고 제도 개선에 관한 얘기 그래서 미래 경제의 비전에 관한 얘기가 <국가의 사기>로 정리된다. <국가의 사기>는 벌써 원고가 마무리되었어야 하는데, 아이 둘 키우는 아빠 입장에서, 그렇게 속도를 내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나도 이 격동의 시대, 마음을 정리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 그런 생각들을 한 번 정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대체적인 입장 정리는 끝났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3.
사회적 경제를 한국 사회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좀 안다. 그렇지만 변화의 여지가 아직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우리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책을 쓸 이유는 없다.

책을 쓰는 방법이 과연 효과적일까? 생각을 좀 많이 했다. 단기적으로는, 비효율적이고, 효과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길게 시간을 두고 진짜 변화를 생각하면, 여전히 책이 가장 효과적인 것 같다.

내가 엄청난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조금은 더 길게, 다른 말로 하면 한가롭게, 뭐가 더 나은 길인지 그렇게 생각을 해본 적은 좀 있다. 하루하루의 호흡으로 살아가면, 책은 쓰기 어렵다.

어떤 책을 써야겠다, 생각하고 나면 책이 실제로 나오는데 3년 정도 걸린다. 물론 FTA나 세월호 때처럼 급하게 쓰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호흡은, 3년 정도인 것 같다.

3년이 지나도 여전히 의미가 있거나, 여전히 시대의 최전선일 때, 그 때 출간을 한다. 언론과도 많이 다르고, 방송과는 더더욱 다르다. 2~3년 지났을 때 무의미해지는 얘기, 그런 건 책으로 다루기가 어렵다.

최근에 그런 생각을 좀 많이 했다.

누군가는 길게 보고, 넓게 살펴보고, 꼭 정답은 아닐지라도 계속 살펴보는 작업을 하는 게 의미는 있을 것 같다. 그런 일을 조금은 더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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