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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찬 기자 사건으로 한겨레 신문사가 직접 사과문을 걸었다. 이제, 사건은 진짜 사건이 되었다.

1.
안수찬 사건이라고 해서 직접 찾아봤다. 좀 과한 글을 쓴 것은 사실이다. 엄밀히 말하면, 안 써도 되는 글을 쓴 것처럼 보인다. 공인이 되면, 효과를 생각하면서 글을 쓰게 된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 그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정말로 사회적 효과가 발생하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좀 격하게 써도 된다. 그것도 글의 테크닉 중의 하나다. 그러나 그런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면, 최대한 부드럽게 쓰는 게 낫다.

몇 년 전, 안수찬 기자가 지금보다 훨씬 젊었을 때, 종종 만났다. 의욕과 패기가 넘쳤고, 뭔고 하고 싶어 '미치고 싶은 상태'였다.

요즘은 기자나 편집국에서 직접 아는 사람들에게 메일이나 문자로 취재동향을 알려주는 게 흔한 일이 되어다. 자신의 기자로서의 일상을 일일이 써서 보내준 건, 안수찬 기자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깊이 인상에 남았다. 어떤 의미로든, 안타까운 일이다.

2.
신정부 이후, 진보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 고민을 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나는 한겨레에 글을 오래 썼고, 그 시절에도 한겨레에 글을 쓰고 있었다. 그렇다고 한겨레 내부에 엄청 친한 기자가 있어서 내부 사정을 잘 알고, 그러지는 않았다.

하여간 그 시절, 시민단체 내부에서는 신문으로서의 한겨레의 운영에 대해서 불만이 좀 있었다. 그 시절의 한겨레 운영진을 '부국강병파'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민감한 사건이 꽤 있었다.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논쟁들, 새만금을 보는 시선, 굴직굴직한 논쟁들이 있었다. 아마 이라크 파병 이후로 부국강병파라는 말이 나왔던 것 같다. 국가는 부유하고, 군사는 강하고... 당시 청와대가 아니라 한겨레의 기본 논조를 그렇게 비판하던 시절이 생각이 난다.

당시 내가 쓰던 글을 한겨레에서 교정교열이나 문단의 순서배치 말고는 크게 손 댄 적은 없다. 딱 한 번, 내부의 의견을 반영해서 고쳐달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황우석 사태와 관련된 글이었다. 별로 고치고 싶지 않았지만, 죽어라고 고집한다고 해서 민주평화가 오는 것도 아니니... 그러시라, 그랬다. 물론, 내색은 안 했지만, 나는 완전 열받았었다. 혼자 그러고 말았다.

정권과 비판, 이건 언론이 가진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편, 남의 편, 이건 선거 때의 일이고, 정권이 형성되면 잘 한 건 잘했다, 못한 건 못했다, 이상한 건 이상하다, 그렇게 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덜 이상해진다.

3.
신정부가 들어섰다. 이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당연히, 잘 하는 것도 있고, 못하는 것도 있고, 잘못된 일도 있을 것이다. 잘 하는 거야, 잘 했다고 하면 되니까 쉬운 거고. 못하는 것도 다루기가 쉽다. 이렇게 하면 잘 하쟎아, 이런 방식으로 서로 너무 곤란하지 않은 정도에서 절충안을 만들 수가 있다. A안, B안, 그도 아니면 C안, 이런 글이 사실 제일 쓰기 쉽다.

그렇다면 잘못한 일은?

하거나 말거나, 기술적으로 중간 대안이 없는 일은 다루기가 아주 어렵다. 이라크 파병, 가거나 말거나. 이미 진행된 상태의 황우석 사건, 덮거나 열거나.

덮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많은 경우 거대한 충격파를 감내해야 한다. 정권에 대해서 "아니다"라고 말하는 일은, 어느 쪽 정권이라도 부담되는 일이다. 정권은 목숨을 걸고 자신의 무오류를 증명하려고 한다. 그 거대한 충격파에 맞서는 일은, 어지간한 결심으로는 쉽지 않다.

이런 일은 앞으로도 벌어진다. 우리 편이냐 아니냐, 그건 선거 전에 중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국가의 일 혹은 정책의 일에는 기술적인 측면이 붙는다. 이 얘기를 할 거냐 말 거냐, 그걸 선택해야 한다.

안수찬 사건은, 그래서 충격파이기는 하다. 아쉬운 것은, 안수찬이 하지 않아도 되는 글을 너무 열심히 썼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한동안 허니문 기간이 지나고,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고 기술적 논쟁이 시작된 이후에 안수찬의 글이 나왔다면, 좀 다른 맥락으로 읽혔을 수도 있다. 글이 날 것인 게 문제? 어차피 sns에는 날 것이 올라간다. 심각하고도 의도적인 허위에 기반한 글이 아니라면, 정제된 글을 사람들이 거기에서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안수찬 사건을 다시 생각해보는 것은...

한겨레 경영진이 시민단체 사람들에게 '부국강병파'라고 불리던 그 시절이 생각나서이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문제라고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당선 이후, 언론이 하는 주요 기능은 용비어천가는 아니다. 기술적 분석을 하고, 기술적 지적을 하는 것이다. 대안이 없으면? 그러면 하지 말라고, 목을 내놓고 그 얘기를 하는 거다. 그래야 발전한다. 그리고 그렇게 용기를 내야 세상이 좋아진다.

선거 한 번으로 정책이 조화롭게 만들어지는 것, 그런 건 아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95022.html?_fr=m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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