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첫 발표 순간을 들으려고 버티다가, 너무 늦어져서 결국 잠이 들었다.

아이들 어린이집 데려다 주려고 일어나면서 이재용 구속 소식을 들었다. 내가 이재용하고 개인적으로 감정으로 가질 일은 없다. 다른 사람이 구속되었다고 해서 내가 괜히 기분이 좋거나 그럴 일도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진짜로 기뻤다. 요즘 되는 일이 별로 없다. 그렇다고 사람들 자주 만나서 신나게 수다떨고 지내는 것도 아니다. 기다리고 버티는 것, 그렇게 살아간다. 이재용 구속, 진짜로 기뻤다.

1997년 12월의 IMF 경제위기는 부산에서 서울로 오는 비행기 타면서 들었다. 그 이후로, 단건으로 기분 좋은 경제 뉴스는 접한 적이 없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경제 뉴스들은 우울하거나, 별 의미 없는데 언론에서 난리치는 것들이다.

멀리 더 어렸을 때까지 기억을 돌려본다. 내가 경제 뉴스를 보고 진정으로 기뻐했던 적이 있었을까? 없었던 것 같다. 회사가 잘 되면 노동자들이 어려워지고, 집값이 올라가면 서민들은 힘들어진다. 경제가 그렇다. 밝음이 있으면 어둠의 댓가가 있다. 많은 경우, 제로섬 게임과 비슷해서, 일방적으로 기쁜 뉴스라는 게 생기기 어렵다.

이재용 구속은, 경제학자로서 정말로 처음 보는 생생한 기쁜 소식인 것 같다.

순실이 이후로 나라의 전환점이 잘 생기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 첫 전환점이 바로 이 구속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이든 부자든, 적당히 '사바사바', 대충하고 넘어가고, 그 한계의 선을 그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보통은 넘어가도, 이 정도는 안돼!

경제는 좋아질 것 같다. 패도적 재벌의 이상한 지배구조, 그런 것만 완화되어도 지금보다 경제는 탄력 받는다.

간만에, 기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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