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좀 커서 애들 보면서 책을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다.


1. 책 읽을 때 만년필로 줄을 친다. 큰 아이가 한 번, 둘째 아이가 두 번, 만년필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다. 결국 두 아이의 두 손, 네 개의 손이 온통 잉크 범벅이 되었다. 물티슈로 닦다가, 결국 비누로 두 손을 빡빡 닦을 수밖에 없었다. 30분이 지나갔다.


2. 조그만 소반을 놓고 책을 읽는데, 둘째가 어깨 위로 올라가고, 팔 위로 올라간다. 10킬로 가까운 아이를 어깨에 올리고 30분간 책을 읽었다. 아이는 왼쪽 어깨에서 오른 쪽 어깨로 옮겨다녔다.


3. 실로 짠 니트를 입고 있었는데, 결국 가슴팍에서 길게 실을 뽑아 냈고, 가슴팍의 조임매가 풀렸다. 아이 손에 실뭉치가. 오래 입기는 했어도 내가 가진 니트 중에서는 가장 비싼 건데, 외출할 때 입기는 어렵게 되었다. 올이 풀려버린 옷을 보면서 두 아이가 박장대소를 하고 행복해한다.


마침 읽고 있는 구절이, 1970년대 이후 여성들의 행복도가 전세계적으로 줄었다는 얘기였다.
나의 행복도도 줄어들고 있었다.


4. 아내가, 아이 둘 어깨에 태우고 책 읽는 거, 기네스북에 오를 일이라고 한 마디 하고 갔다. 나도 어깨가 쑤셔서 더는 읽을 수가 없게 되었다.


아이를 보면서 두 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 그리고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을 절절하게 했다. 방법이 없다, 방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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