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영부영 하다보니, 블로그 방문수가 백 만이 넘어갔다.

좀 열심히 쓰던 시절도 있었는데, 한동안 진짜로 정신이 없어서 그냥 방치해둔 시절도 있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어떻게 할 줄을 몰라서 가끔 글을 쓴다. 장기적 계획, 그딴 거 없다. 둘째가 언제 또 아파서 입원할지도 모르는 그런 살얼음판 같은 삶을 사는데, 블로그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

한 때는 여기도 어마무시하게 많은 사람들이 보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황폐하고, 망조 든 가문의 허물어져가는 대문을 보는 것과 같다.

뭐, 별 상관은 없다.

대다수의 청년들이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어를 외치고 있는데, 독야청청 잘났다고 사는 게,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 많은 사람들이 폭망과 이생망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데, 내 인생은 그래도 값지고 보람있었다, 요러고 있는 게,

딱 반기문스럽다.

수많은 이생망들이 블로그에 와서, 똑바로 안하면 블로그 폭파시켜버린다고 할 때, 그 때가 내 삶에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산다.

아주 열심히 살아가는 반기문을 보면서 요즘 배우는 게 적지 않다.

아, 저렇게 하면 저따구로 보이고, 요렇게 하면 요따구로 보이는구나.

<자본론> 전 3권을 통으로 읽어내는 것보다, 반기문 하는 거 유심히 살펴보는 게 배우는 게 더 많을 것 같다.

반기문이 인천공항에서 에비앙을 턱하고 드는 걸 보면서, 탄자니아에서 에비앙을 턱하고 들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 내가 그렇게 보였었겠구나...

아디오스 에비앙, 포 에버...

생수를 마시더라도 동네 가면 동네 물을 마셔야한다는 귀한 교훈을 얻었다.

한 때의 영광에 이제는 별 내용도 없어 황폐해진 블로그를 보면서, 그래도 내가 반기문스럽지는 않은 것 같다, 잠시의 위로를 받는다.

'지나간 곳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영광을 구하지 말지어다, 블로그와 반기문을 교차로 생각하면서 잠시 교훈을...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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