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에게 뇌물죄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당연한 일인데, 당연한 것이 너무 당연하지 않게 돌아가던 나라라서 신기할 정도이다.

작게 보면 삼성이라는 하나의 기업에 관한 문제이고, 크게 보면 세습 자본주의로 전락해가는 3세 경영의 문제이기도 하다. 2세든 3세든, 정상적으로 상속세 낼 거 내고 진행되었으면 좀 나았을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하면 또 다른 시각이 있을 수도 있다.

이건희의 삼성, 그건 크게 보면 공포를 상징했다. 과장되었든, 제대로 보았든, 한국은 이건희를 두려워했다. 미화하든, 칭송하든 혹은 공포에 떨든, 이건희의 삼성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삼성 국정원'이 국정원 정보보다 더 낫다는 것을 은연 중 받아들였다.

3세인 이재용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없다. 부러워하는 사람은 있을 수도 있고, 시기하는 사람도 있기는 한데, 그를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공포가 없으면 실력이 좋아야 하는데, 별로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도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덩치가 그렇다. 순실이 뭐가 무섭다고, 그 앞에서 덜덜덜 떨면서 아기 취급을 받았을까?

이재용이 감옥가면 경제가 망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이미 한국이 덩치가 커져서, 부패와 조직 비효율로 인한 손해가 당장의 기계적 손실보다는 더 클 것 같다. 이재용이 감옥 간다고 해서, 당장 재벌에 엄청난 변화가 오지도 않고, 갑자기 오너들이 경영에서 손 떼고 전문 경영인 체계로 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궁극의 모습은, 오너가 쥐고 흔들면서 불법과 합법의 기묘한 경계를 타는 지금의 모습은 완화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재용의 구속영장이 제대로 처리되면, 그만큼 한국 경제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삼성도 손을 못 쓰는데, 다른 곳은 어쩔까 싶은, 그런 전체적 교훈이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세 승계, 3세 승계, 세금 낼 거 내고 해라. 그렇게 할 지분이 없으면, 오너로서의 명예만 갖고, 적당치 않은 3세들 황제 경영 청산하고.

상속 자본주의로 한국은 너무 빨리 가고 있었다. 그것에 약간의 브레이크 역할을 이재용의 구속이 해줄 것 같다. 괜히 국민연금 건드리고, 정권과 한 배 타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비즈니스가 잘 되는 건 아니라는 우리의 제도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상속의 경제적 실익과 사업의 성과, 잘 계산해보지도 않고 식구 경영하는 것, 이제 차분히 생각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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