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영화 <베테랑> 감상문

 

아기 둘 키우면서 극장 가기가 정말 어려워졌다. 정말로 급한 일 아니면 늦더라도 아기들 잠 자기 전에는 집에 들어오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극장 가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영화 <베테랑>, 진짜로 큰 맘 먹고 시사회를 가게 되었다. 사실 좀 미안한 얘기지만, 30분 정도 보고 바로 집에 올 생각이었다. 게다가 시사회가 8 50분에 시작한다. 집에 죽어라고 돌아가야 12

 

그렇게 좀 미안한 마음으로 앉았는데, 결국 끝까지 앉아서 다 보고 나왔다. 시계를 연신 쳐다보면서 초조하게 시간을 봤지만, 어쨌든 중간에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뒤가 궁금했다.  

 

솔직히 얘기하면, <베테랑>의 시나리오 1고를 제일 먼저 본 사람 중의 한 명이 나였을 것이다. 앞 부분과 중간 부분의 상당수는 그 때의 대사 거의 그대로 살아남아 있기는 했지만, 뒷부분은 거의 새로 개비하다시피 싹 다 바뀌어있었고.

 

하여간 그 시절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내가 여유가 없어서 그 작업을 같이 하지는 못했다. 해보고 싶지는 못하는 일은 세상에는 많다.

 

영화 <베테랑>을 감상하는 몇 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다. 류승완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좀 더 그의 농후해진 연출에 맞추어서 볼 수도 있고, 류승완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정두홍의 액션신을 맞춰서 볼 수도 있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맹인 검객과 <신세계>의 그 유들유들함이 합쳐진 듯한 황정민을 중심으로 봐도 좋을 것 같고, 새로운 악인 유형이라고 할 수도 있는 유아인을 중심으로 봐도 좋을 듯 싶다. 초고 상태에서의 악인에게서 그렇게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는데, 유아인이 투입되면서 그야말로 소름 쭉쭉, 안타까움 반. 악인에게서, 잘 좀 해라, 그렇게 해서 해결이 되겠냐, 그런 동정심 유발을 느끼는 별스러운 느낌?

 

경제의 눈으로 본다면, 아쉽기는 하다. 원래 영화가 시도했던 경제의 밑바닥까지 들추어본다는 생각이, 약간은 느슨해진 듯 싶다. 영화 작업에서는 사실 이게 제일 어렵기는 하다. 구조적인 모순을 제대로 배열하면, 바로 다큐가 되어버린다. 그걸 빼고 좀 더 쉽게 가자고 하면, 특수한 개인의 일탈적 상황이 되어버리고

 

하여간 구조와 일탈,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는 애로 사항이 종종 보인다.

 

지난 몇 번의 류승완 영화는 대체적으로 재밌다. 그리고 연출도, 그야말로 물 올랐다고 할 정도로.

 

반면에 구조와 메시지는 좀 더 단순해졌다.

 

<베를린> 때는 반공영화, <베테랑>에서는 서민이 승리한다

 

뒤집어 얘기하면 단순 메시지의 변주에 좀 더 능통해졌다고 할까? 좋은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치마와리>의 메타구조에서 좀 더 단순하고 편안한 구조로 바뀌었다.

 

하여간 간만에 극장에서 정색을 하고 본 영화인데, 아기 재우러 집에 가야 한다는 아빠의 엉덩이를 끝까지 붙잡아놓았던. 그리고 간만에 영화 분석도 좀 더 해보고 싶어지게 만들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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