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코미디 영화, 기획을 시작하다

 

요즘 나의 무기력감은 좀 도를 지나치다 싶을 정도이다.

 

오늘 아침, 아기 어린이집 보내놓고 잠시 누워서 눈을 부쳤는데, 최소한 지난 10년 동안, 이런 꿈은 꾼 적이 없다고 할 정도의 악몽을 꾸었다. , 내용은 별 게 아니다. 이미 나간 방송에 대한 젊은 PD들의 은근한 야지, 뭐 그런 거였다. 여기에 직장 그만둘 때의 마지막 상사, 정말 내가 몸이 아팠을 때 병원에서 맡았던 소독약 냄새, 그리고 보너스로 커피 시켰는데, 주머니에는 동전 몇 개만 있는 상황, 이런 것들이 잡다하게 결합되어, 딱히 강렬한 모티브도 없지만 내내 시달리는 그런 무서운 꿈이 되었다.

 

개꿈은 차라리 낫고, 완전 잡꿈인 셈이다. 하여간 별 것도 아닌 잡다한 것들의 무의식이 모여서, 도저히 헤쳐나갈 수 없던 상황을 구현하고 있는 것, 그게 요즘의 내 꿈이다. 흡혈귀가 나오고 10대 시절의 악몽과, 좀비가 주로 나오던 20대 시절의 악몽은 차라리 좀 낫다. 그거야 뭐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있는지, 아주 강렬한 것들이 있으니까 나름 분석을 해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 같이 잡다하고 사소한 것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악몽은, 그냥 기억하기가 싫을 뿐이다.

 

어쨌든 이런 게 요즘 나의 난감한 상황이라는 것은, 맞기는 맞는 것 같다. 뭐가 문제인지도 잘 모르겠고, 어디에서부터 엇나간 건지도 잘 모르겠지만, 마음은 불편한. 그렇다고 딱히 뭘 하고 싶은 것이 있지도 않은. 이제 곧 나이 50살인데, 아침 나절에 나는 이런 잡스러운 꿈으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그렇다. 나는 원래도 이렇게 살았고, 지금도 그렇게 사는 중이다. 다만 예전의 굵직한 잡스러움이 요즘은 좀 더 자잘한 잡스러움으로., 훨씬 더 잘잘하게, 그리고 훨씬 더 좀스럽게.

 

하여간 그런 마음 속에서, 요 며칠간 오가던 정치 코미디에 관한 영화의 기획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굵게 안되면, 쫀쫀하게.

 

야당이든, 여당이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요즘 살펴보면 너무 치사하다. 아니면 너무 용감하거나.

 

제목만 일단 비대위라고 가제 상태로 정해놓은 상태이고, 주인공과 안타고니스트 일단 다 여성으로. 여기에 뭘 채워넣을지는 이제 차분히 좀 고민을 해보려고 한다.

 

아직 마음을 먹지 못한 건, 원래의 생각으로는 클라이막스에 선거를 넣겠다는 거였는데, 이런 정공법이 옳을지, 아니면 좀 더 쫀뜩쫀뜩하게 치사한 사건으로 갈지

 

하여간 나의 무의식을 황폐하게 만든 지난 수 년간의 정치 사건을 코미디 형식으로 한 번 풀어보는 것을 기획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쫀쫀하고 끈적끈적한 사건, 그런 걸 한 번 푸하하, 웃을 수 있는 걸로 좀 바꾸어보고 싶다.

 

Posted by retir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