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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블로그, 뭐든 만들어야 입에 밥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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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삼촌이 아프다

 

 

두 달 전부터, 내가 바보 삼촌이라고 부르는 고양이가 기침을 시작했다. 가끔 고양이들이 기침을 하는 건 안 본 건 아니다. 몇 번 동물병원에 가서 물어보면 바이러스성 질환이라고 얘기도 하고, 연고 같이 생긴 약을 가져다 먹이기도 하였다.

 

어쨌든 바보 삼촌의 기침은 점점 더 심해지고, 요즘은 10분 넘게, 그야말로 폐병 환자처럼 쿨럭쿨럭거리는 소리를 듣는 일이 잦아졌다. 요즘은 덤불 안에 숨어서 길게 기침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같이 산다고는 하지만, 어지간한 포획작전을 하지 않으면 잡기도 어렵고, 워낙 고양이 여러 마리들이 교대로 다니기 때문에 그렇게 잡기도 어렵다. 솔직히, 아기 보는 것도 어렵다. 게다가 10월이면 둘째 아이가 태어난다. 아내는 슬슬 만삭의 분위기로 가기 시작한다.

 

고양이는 전형적인 야생동물인데, 야생동물이라는 말은 꾀병이 없다는 말이다. 아프다 싶으면 여지 없고, 아파 보이지 않아도 잠시 안 보여서 찾아가면 무지개 다리 건너가 있는 게 야생 고양이들이 삶이다. 내 손으로 참 많은 고양이들을 안아서 떠나 보내고는 하였다.

 

너무 이른 생각인지는 몰라도, 언젠가 바보 삼촌의 우리 집을 떠나가는 날에 대해서 슬슬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녀석과 벌써 4년을 같이 살았다. 장마가 한참 극성이던 때, 마루 옆의 베란다에서 빗소리와 함께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연신 울어대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렇게 처음 만났다. 그 중에 결국 혼자 살아남아 그 해 겨울을 같이 났다. 그 겨울을 같이 났던 아빠 고양이가 그 다음 해 봄부터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다음 해에는 우리 집 마당에서 참 예쁜 고양이들이 많이 태어났는데, 그 중에 결국 한 마리가 살아남아서 무사히 우리 집까지 이사를 했다. 녀석과 같이 한 배에서 태어난, 내가 생협이라고 불렀던 고양이는 이사오기 직전, 처음으로 영하로 내려가던 날 죽었다. 마루 베란다 한 구석에서 녀석을 찾아내서 안아들고, 정말로 한없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수많은 새끼 고양이들이 내 품을 거쳐갔다. 살아남은 고양이보다, 내 품에 그렇게 안겨서 영원히 떠나간 고양이들이 더 많다. 한 마리 한 마리, 돌아보면 눈에 밟히지 않는 녀석이 없다.

 

내 입장에서는, 바보 삼촌이 잘 버텨서, 지난 세 번의 겨울을 나와 같이 났던 것처럼, 또 몇 번의 겨울을 더 나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밥을 제 때 주고, 물 깨끗하게 갈아주고, 그런 기본적인 것 외에 뭘 더 해주기가 어렵다.

 

야옹구가 많이 아픈 적이 있었다. 전날 저녁에 아프다 싶었는데, 그 날 오후에 영 이상해서 바로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그야말로 구름 다리 넘어가는 걸 겨우겨우 잡아 온 셈이 되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하지….

 

녀석들은 꾀병이 없어서, 아프면 정말 아픈 거다.

 

삶이라는 것, 늘 좋을 때에 밝은 낯으로 서로를 볼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어려울 때도 겪고, 심통 날 때도 겪고, 그리고 음, 아주 많이 심통 날 때도 겼고. 그런 게 식구와 같은 사이라고 할 만할 것 같다.

 

나도 식구처럼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중에 한 명은 벌써 떠났다. 가끔 술 마시고 취하면, 이렇게 얘기하고는 한다.

 

씨발 넘이 벌써 뒤지고 지랄이야

 

그래도 그가 죽고 몇 해가 지나니, 이제는 울지 않고 그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남은 사람은 또 남은 사람이라, 그의 아내와 자식들과 매달 만나면서 또 몇 년이 지나니, 이제는 그도 좀 덤덤해진다.

 

내년에는 출간 일정을 이리저리 치워서, 먼저 죽은 나의 친구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쓸 시간을 좀 만들었다. 그가 살아있을 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쓰려고 했던 책인데, 그가 떠나고 난 뒤, 그와의 삶을 생각하면서 쓰는 책이 되어버렸다.

 

시간이라는 것은 나름 편리한 것이다. 많은 것을 무덤덤하게 만들고, 견딜만하게 만들어준다.

 

어쩌면 바보 삼촌이 지금의 기침 증상을 잘 이겨내고, 앞으로 열 번쯤 나와 같이 겨울을 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냥, 그러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럴 수 없더라도, 그것도 받아들이려고 한다. 어쩌겠는가. 다 자기 명이 있는 걸. 녀석도 이미 그 또래의 고양이들에 비하면 이미 충분히 오래, 충분히 재밌게 살았다.

Comment

  1. 보내는 것, 많이 힘들죠.
    재작년 골목냥이가 낳은 여섯 마리 다 무사히 분양했는데, 이 지역 보낸 네 마리에 대해 묻질 못해요.
    혹 떠났다고 할까 봐.
    서울로 보낸 두 마리는 다행히 호강하며 잘 살아 종종 SNS로 소식을 받는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네요.
    그래도 참 용하십니다.
    부디 바보삼촌이 이겨내기를!

  2. 우리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보니 가끔씩 야생동물이 되고 싶다는 푸념을 놓기도 하지요. 참 모순적이죠? 어떻게 그들의 삶이 그렇게 평탄하리라는 생각을 할까요. 위 글에서 배운 한 가지 배워야할 점은 꾀병이 없다는거^^ ㅎㅎ
    모순에 휩싸여 있는 우리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랑해져야겠죠 ㅎㅎ

  3. 낮달 2014.06.20 01:14 신고

    구름 다리 너머 보낸다는 게 익숙하지 않네요.

  4. 바보삼촌이 건강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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