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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서 혹은 외로워서… 日 청년들 너도나도

[프레시안 books] <셰어 하우스>·<컬렉티브 하우스>

허그림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석사과정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11-29 오후 7:10:39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부터 비교적 다양한 공동주거를 경험해왔다. 여행 생활자로 아시아 이곳저곳을 떠돌던 시절에는 게스트하우스의 도미토리에서 장기간 투숙하였고, 일본 도쿄에서 체류하는 동안에는 4LDK 맨션에서 6~8명의 또래 여자아이들과 함께 살았다. 직장 때문에 서울에 전입신고를 하고부터는 망원동의 연립주택에서 혼자 살았지만, 여하간의 사정으로 다시 해방촌 주거공동체 방 두 칸짜리 빌라에서 다섯 명이 살을 부대끼며 지냈고, 지금은 회기동에서 룸메이트와 함께 살고 있다.

공동주거를 선택한 데에는 주거비를 아낄 수 있다는 경제적 이유가 큰 영향을 미쳤지만, 안전한 생활, 셰어메이트와의 교류, 주거공동체로서의 연대 등의 이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생활이란 더럽고 치사한 것. 쓰레기 분리수거나 배수구의 머리카락 따위가 이슈가 되고, 무뎌짐이 반복되면 갈등이 생긴다. 한편, 공간의 사적 소유를 제한하기 위해서 개인의 잠자리조차 정해놓지 않은 경우도 있었는데, 공동체의 지향점에 공감하면서도 밤마다 이부자리를 옮겨 다니는 것은 귀찮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공동주거를 지속하는 이유는 함께 사는 친구들의 '온기' 때문이었다.

▲ <셰어 하우스>(구보타 히로유키 지음, 류순미 옮김, 클 펴냄). ⓒ클
신간 <셰어 하우스>(구보타 히로유키 지음, 류순미 옮김, 클 펴냄)와 <컬렉티브 하우스>(고야베 이쿠코·일반재단법인 주총연 지음, 지비원 옮김, 클 펴냄)는 대도시에 거주하는 독신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셰어 하우스'와 다양한 연령과 가족 형태를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는 '컬렉티브 하우스'라는 공동주거 문화를 소개한다. 두 권의 책은 일본 사회의 근간을 이루어온 가족 중심적 주거문화를 비판하고, 신자유주의 확산으로 인한 사회공동체 해체, 위험의 불확실성 증가 등과 같은 사회문화의 맥락적 변화에 따라 대안적 주거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구보타 히로유키의 <셰어 하우스>는 도쿄에서 '셰어'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일본의 셰어 하우스를 설명하고, 이러한 주거문화에 대한 의미를 모색한다. 일본에 최초로 컬렉티브 하우스를 소개한 고야베 이쿠코와 일반재단법인 주총연의 공저인 <컬렉티브 하우스>는 거주자 인터뷰와 사례 연구를 통해서 컬렉티브 하우스의 생활과 운영체계를 면밀하게 소개하고, 전문가와의 대담 등을 통해서 제3의 주거 또는 자립공조의 주거운동으로서 컬렉티브 하우스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셰어 하우스

셰어 하우스는 말 그대로 가족이 아닌 타인과 주거를 공유하는 것이다. <셰어 하우스>에서는 기숙사 생활처럼 한 방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방을 따로 쓰면서 거실이나 부엌과 같은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공동주거의 개념을 가리킨다. 일본에서 최근 십 년간 '셰어'가 확산된 배경에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일환인 노동 시장의 유연화로 인한 파견사원 또는 비정규직이 양산이 있었다. 불안정한 고용 형태에 처한 젊은이들은 대도시의 높은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홈리스, 넷 카페(PC방) 난민(PC방을 임시주거 삼아 생활)으로 전락하거나, 패러사이트 싱글(20대 중반 이후에도 취업이나 결혼을 하지 않고 부모에게 의존함)이 되었다. 이밖에 사회문화적 요인으로는 외국 생활에서 공동주거를 경험하고 돌아온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에 의해서 셰어 문화가 도입되었고, 인터넷 확산으로 정보 교환이 용이해졌으며, 관련 주제를 다루는 미디어의 영향이 있었다.

저자는 셰어 하우스 거주자 인터뷰를 통해서 셰어의 이점을 경제적, 비경제적 측면으로 구분한다. 경제적 이점에 대해서 학생, 사회초년생, 비정규직 등의 거주자들은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서, 안정된 수입이 있는 거주자들은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살기 위해서라고 응답하였다. 비경제적 이점, 즉 정서적 이점에 대해서 일부 거주자들은 함께 사는 타인이 가족의 연장선상에 있거나 가족을 대신한다고 응답한 반면, 가족이 아니라 또래이기 때문에 같은 세대만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로부터 해방되며,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함으로써 스스로 성장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당연히 셰어에 대한 불만과 어려움도 있는데, 셰어 하우스의 구성원마다 가사분담과 같은 "서비스 수준", 자발적으로 셰어에 관여하는 "관여 수준", 그리고 경제 사정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가족 중심으로 설계된 일본의 주택 사정과 관련한 구조적인 문제와 셰어에 대한 주변의 인식 부족도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컬렉티브 하우스

▲ <컬렉티브 하우스>(고야베 이쿠코·주총연 지음, 지비원 옮김, 클 펴냄). ⓒ클
일본의 현대 사회에서 고령화와 이혼, 비혼, 만혼의 증가로 소규모의 다양한 가족 형태(핵가족, 한 부모 가족, 1인 가족, 자식이 없는 부부, 동거 커플 등)가 등장하고 있고, 이들은 가족 중심적 문화와 지역 커뮤니티 부재로 인해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 중의 하나인 컬렉티브 하우스는 다양한 연령과 가족 형태를 가진 사람들이 독립적인 집들에 거주하면서, 공용 공간에서의 활동(정기모임, 공동식사, 그룹 활동 등)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도록 설계한 도시형 공공임대주택이다.

이는 "가족을 넘어선 자립공조의 느슨한 유대"를 형성함으로써 고립에 대한 불안감과 가사·육아의 부담을 덜어준다. 가족의 경계를 넘어서 신뢰와 호혜성에 기반을 둔 일종의 사회안전망이 작동하는 것이다.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한 컬렉티브 하우스는 1995년 고베 대지진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공급하기 위한 공공임대주택 모델로 일본에 도입되었고, 현재 도쿄를 중심으로 한 4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컬렉티브 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거주자들이 직접 관리와 운영에 참여하여 자조(自助)적인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거주자 조합을 조직하여 정기모임을 하고, 기본적으로 거주자의 전원 합의에 따라 문제를 해결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거주자들은 시민의식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임대로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집을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주택을 단순히 투자 개념으로 보기보다 주택의 사용 편익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컬렉티브 하우스는 "모든 사람에게 열린 집단주거 형태이지만, 거주자들이 공간을 같이 사용하고 생활의 일부를 공동화하며 같이 운영하는 데 협력을 꾀해야 하는 생활이므로 주택 공급 모델로서 유통하기보다, 오히려 현대적인 사회적 거주운동으로 다루어지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논의된다.

타인과 함께 살기

공동주거의 실천은 가족 중심의 혈연 공동체에서 벗어나 타인과의 연대를 상상할 때 가능하다. <셰어 하우스>의 저자 구보타 히로유키는 셰어 하우스를 불안정한 고용 형태와 가족 중심적 주거문화를 해결하기 위한 젊은이들의 연대로 본다. 그들은 공동생활을 통해 "공공성과 친밀성을 재편"함으로써, 독신생활 또는 가족생활이 아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러한 동향은 집안에서 지역사회로 확장될 수 있다. <컬렉티브 하우스>의 저자 고야베 이쿠코가 언급했듯이, 공동주거 운동에는 "각 개인의 자유와 자립을 전제로 하면서 어떻게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가 관계를 맺을 것인가"의 사고방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안적 주거문화가 구성하는 커뮤니티의 특징은 "느슨한 연대"로, 공동주거 문화의 보급과 지속가능성 논의와 연계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어, 앞으로도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느슨한 연대는 우선 타인과의 적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공동생활에 참여하는 "서로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기분 좋게 주고받으며 돕는 관계"를 의미하는데, 문제는 개인마다 이 적정한 거리감이 다르다는 것이다. 나의 관심이 누군가에게 간섭이나 참견으로 생각될 수 있다. 또한 적정한 거리감 유지의 실패로 인한 거주자와의 불일치나 공동생활의 부적응, 결혼이나 전근 등으로 입주와 퇴거가 반복된다. 거주자의 변화에 따라 규칙과 생활 운영을 바꾸며, 주거공동체는 재구성된다. 이것은 주거의 역동성 또는 선택성과 불안정성을 동시에 함의한다.

최근 소규모 가족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공동주거의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성공적인 컬렉티브 하우스 사례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셰어 하우스 등 민간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요구에 따라 서울시는 협동조합형 임대주택, 셰어 하우스형 임대주택 등의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 성장 모멘텀은 멈춘 지 오래되었고, 학자금과 전세자금 대출 등으로 부채에 시달리며 월세 탈출의 꿈이 점점 멀어지는 현실을 목도해야 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공동주거는 대안적인 주거문화로 정착할 수 있을까. 그래도 한번쯤은 시도해 볼만하지 않은가. 신자유주의에 대항하여 각개전투를 벌이는 우리는, 어쩌면 공동주거 문화의 지속적인 관심과 고민인 '사회적 관계' 속에서 서로를 어루만지며 사회성과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인생이란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에 더럽고 치사하고 구질구질한 것이니까.

▲ 도쿄 이케부쿠로에 있는 한 셰어 하우스의 평면도. ⓒwww.oakhouse.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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