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마키아벨리 이후의 책은 필요 없다!

 

박근혜 취임 6개월, 이 나라가 아주 황당해졌다.

 

삼국지에서나 보던 10상시, 열 명의 내시 대신에 3상시, 뭐 그런 얘기들이 이제 언론을 통해서 흘러 나오고 있다. 인수위 시절에는 문고리 3인방이라는 단어를 쓰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고전틱하게 3상시.

 

문고리 권력, 핸드폰 권력, 이런 얘기들이 2013년 하반기의 대한민국을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용어라니, 이거야 된장!

 

사회과학에서 많은 경우 근대의 출발을 마키아벨리로 이야기한다. 신의 얘기를 듣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기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이 복잡한 인간들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그 첫 번째 얘기가 군주론에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권모술수에 대한 얘기는 삼국지, 초한지, 열국지, 아주 지겹도록 우리가 본 것들이기는 한데,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그런 고전들과는 좀 다르다.

 

공익에 대한 논의에서, “짐은 곧 왕이다”, 그러므로 프린스의 이익이 국가의 이익이라는, 조금은 역설적인 공리 위에 마키아벨리의 이야기들이 서 있다. 요즘 눈으로 보면 영 아닌 듯 싶지만, 중세를 지나면서 귀족들과의 갈등 속에서 민족국가, 소위 군주를 중심으로 민주주의를 만들던 논의, 그 한 가운데 마키아벨리 얘기가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거기에서 근대 논의의 출발점이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시기적으로 따져봐도 그렇다. 경제학의 아버지를 아담 스미스라고 부르면서 국부론을 그 출발점으로 보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그 이전에 있는 중상주의 그리고 약간 뒤에 나온 리스트 등의 독일 관방학파, 그 논의가 경제학 논의가 아니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들의 출발점에도 공익이라는 개념이 있다.

 

각자 알아서 돈을 벌든지 나쁜 짓을 하던지, 어쨌든 과정 속에서 그것이 공익이 되게 만드는 것, 마키아벨리는 그것이 군주의 이익이라고 했지만기능적으로 군주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관한 얘기가 아니라, 사실은 사익에 불과한 귀족들을 어떻게 제어하면서 전체적으로 국가 기능을 조율해나갈 것인가, 그게 마키아벨리의 세계관이다.

 

그냥 하늘이 천자를 임명했고, 그 군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는 삼국지의 세계와 마키아벨리의 세계는 언뜻 유사해 보여도 전혀 다르다. 마키아벨리의 세계에서 하늘의 뜻, 신의 의지, 그딴 건 없다. 다 귀족들이 왕을 제어하면서 자기 배를 불리기 위한 개소리, 중세를 뚫고 나온 그 목소리가 결국 새로운 세계를 열었고, 그게 자본주의가 되었다.

 

그에 비하면 아담 스미스는 한 템포 늦다. 그는 이미 영국 글래스고우에 매뉴팩처 단계를 벗어난 진짜 공장에 분업이 시작된 바로 그 현장을 보고 국부론을 쓴 것이니, 이 새로운 시대는 마키아벨리가 연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 아니냐?

 

하여간 이건 상식적으로 학계에서 하는 얘기다.

 

그리고 그렇게 이어진 근대가 한계에 부딪히니까, 소위 포스트 모던이라고 평론계를 휩쓸고 갔던, 데리다 이후의 탈근대화 논의 아닌가?

 

데리다식으로 얘기하면, 근대라는 거대한 구조물을 해체해야 그 다음 단계의 세계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 이건 그냥 상식적 수준을 얘기한 것인데

 

한국의 지금 상황을 보니, 근대 이후의 한국, 박근혜와 함께 거의 중세 수준의 시대로 와버린 듯하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단 하나의 학문이 있다면 그건 제왕학이 아니겠는가?

 

도대체 어떻게 제왕들이 다양한 권모술수를 통해서 신하와 백성들을 장악했는가,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 다른 학문은, 뭐가 필요하겠는가?

 

인간은 합리적이고, 서로 원하는 바가 달라도 시스템을 통해서 합의해나가고, 그렇게 세상이 운영되어 간다. 그런 마키아벨리 이후의 근대 학문은 박근혜 정부에서 필요가 없다.

 

군대를 통해서 어떻게 댓글을 다느냐, 어떻게 2인자들을 통치할 것이냐, 상대방을 어떻게 괘멸시키거나 전향시킬 것이냐

 

이 얘기는 삼국지에 다 있다. 그리고 오히려 유비와 조조를 이해하는 게, 지금 청와대와 총리실의 관계를 더 잘 얘기해준다. 어떤 승상이 좋은 승상이냐, 그것도 삼국지와 열국지에 거진 다 있디.

 

한 마디로, 마키아벨리 이후의 근대 학문믄 2013년 하반기, 대한민국에서는 개똥이다..

 

죽어라고 삼국지만 보고, 조조 일가를 사마 일가가 어떻게 잡았느냐, 그거만 알면 되는 시기 아닌가?

 

근대 학문, 진짜로 이제부터의 한국에서는 정치학이든 사회학이든 경제학이든, 다 개똥이다.

 

조조만 알면 되고, 보너스로 강유까지 알면, 더 이상은 학문적으로 알 필요가 없는 시대가 펼쳐진다. 진짜, , 똥이다

 

카프카? 개똥이 되어버렸다. 최초의 근대적 인간을 문학의 틀에서 고민한 카프카와 도스토프에스키, 진짜 한국에서는 개똥인 것 아닌가?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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