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여름철 에너지 절약과 학교 도서관

 

때이른 무더위로 인한 전력 수요급증과 원전 공급차질로 인해 정부차원에서 에너지 절약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 **초등학교도 이에 발맞추어 에너지 절감 및 전기사용료 감축을 위해서, 올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학교 도서관을 개방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이 점 양지하시어 학부모님과 학생들은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방학중에는 4층 주민전용도서관을 이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울 지역 어느 초등학교의 가정 통신문의 일부분이다. 간단히 말하면, 위에서 전기 절약하라고 하니, 방학 중에 도서관은 좀 닫아야겠다, 그런 거다.

 

전기 사용량은 산업용이 50% 정도, 건물부분이 10%, 교육용이 2~3%, 농업용이 2% 정도 된다. 증가율 자체로 보면, 지난 10년간 한국의 전기 사용을 이끌어왔던 분야는 6.4% 증가한 상업분야, 그 뒤를 이어 산업용 6.0%, 주택용 4.6% 순이다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편하게 얘기하면, 흔히 백등유라고 부르던 등유와 컹버C유 같은 중유의 사용이 줄고, 이게 난방용 전기로 대체된 것이 한국 전력 증가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상업시설물에서의 전기사용에는 절대량 증가보다도 패턴의 변화라는 것이 보인다. 등유 난방에서 전기 난방으로의 전환, 그것도 가정용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수혜를 받는 상업시설물에서의 증가.

 

이런 상황에서, 여름철 피크 관리를 위한 절전의 문제로 초등학교 학교도서관의 문을 닫는 것은 두 가지 철학적 문제점을 가지고 온다.

 

첫째는 학교 도서관의 사회적 우선순위에 관한 문제이다.

 

사회적 장기 발전가능성으로 볼 때, 과연 도서관이 상업시설에 비해서 우선 순위가 떨어지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열에 관한 한국의 유별남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한국 전쟁 중에도 피난지인 부산에서 제한적이지만 학교 운영을 했던 나라이다. 이렇게 지독한 교육열이 과연 옳은 것이냐고 질문할 수는 있지만, 여름철 절전 수요 관리정책으로 공교육의 도서관을 방중에 닫는다는 것은 우리의 전통에서는 상상하기가 어렵다.

 

그만큼 학교 도서관에 대한 교육계는 물론 사회적 인식이 낮은 것 아닌가 싶다. 방 중 도서관 폐곤은 결국 더 많은 학생들을 학원과 같은 사교육으로 몰 것이며, 사회 전체적인 비용은 물론 실제 전체적인 절전 효과가 생겨날 것인지도 의문이다. 분산과 집중에서, 이 경우에는 집중이 더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에너지의 경제력 사이의 관계이다. 흔히 에너지 복지라고 간단하게 표현하지만, 과연 가난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형태의 에너지 복지가 제공되고 있느냐, 이것도 우리가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중요한 질문 중의 하나이다.

 

환경 정의라는 용어로도 표현되는, 환경과 경제력의 충돌에 대해서도 우리는 중장기적으로 길게 생각해봐야 한다. 부자집 어린이와 가난한 집 어린이, 이렇게 폭서기의 가정 환경을 생각하면, 학교 도서관에 대해서 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폭염을 피하기 위한 기반 시설로 학교 도서관을 이해하면, 교육부 차원이 아니라 좀 더 거시적인 시각에서 학교 도서관의 에너지 정책에서의 의미를 다시 이해할 수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에 부탁한다. 지금이라도 방중 도서관 운영에 대해서 다른 판단을 내려주면 고맙겠다. 학교 도서관은 에너지 절약이라는 이유로 언제든지 닫아도 되는 시설이 아니라, 장기적인 교육과 빈곤층 피서지역이라는 개념으로, 필수 기관으로 지정되어 오히려 방중, 연장 운영되어야 하는 시설이 아닌가 싶다. 보다 적극적으로 방중 도서관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우리가 가야 할 길이지, 가정 통신문 하나 보내서, 도서관 문 닫을 테니 학부형들 알아서 협조하시라, 이런 건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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