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토건 앞에 여야 없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부동산종합대첵에 대한 합의 내용을 보면서, 2004년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한국형 뉴딜을 주장하던 시절이 문득 생각났다. 당시 부동산 경기는 안 좋았고, 업계에서는 부동산 연착륙을 주문하고 있었다. IMF 이후 건설사의 규제를 대거 풀어주면서 건설사가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시기가 한국 경제의 질적 전환을 할 수 있던 거의 유일한 시기로 나는 이해한다.

 

결론적으로, 이헌재 부총리는 한국형 뉴딜을 주장하면서 각종 규제를 푸는 것은 물론 정부의 각종 기금을 부동산에 탈탈 털어 넣었다. 기업도시와 혁신도시와 같은 토건정책들이 이 시기에 나온 것임은 물론, 당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이 소위 뉴타운법제정에 앞장서기도 하였다. 지금 우리가 보는 하우스 푸어와 PF(Project-Financing)으로 인한 저축은행의 부실화 등, 많은 문제점이 이때 생겨난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토건에 묶여 들어간 한국의 중산층의 정치적 보수화는 급격히 진행되었다. 그 이후 민주당은 주요한 선거에서 족족 패배했다. 그리고 어느덧 박근혜 대통령이 중산층 복원을 외쳐야 할 상황이 되었다. 중산층 2세가 지금과 같은 토건 경제에서는 중산층으로 재생산되기가 어렵다는 게, 내가 신빈곤화라는 용어를 통해서 주장하던 내용이다.

 

탈토건, 이헌재 이후의 강력했던 토건 정책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포화과잉 상태인 건설자본을 적절하게 연착륙하도록 유도하는 게, 내가 생각하는 탈토건이다. 그리고 일본 경제와 같은 장기 불황으로 가지 않고, 적절하게 기술중심 경제와 문화형 경제로 전환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이 길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한국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정치권에서는 그런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머리 속에서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을 부동산종합대책에 담았다. 간단히 표현하면, 아직 집을 사지 않은 20~30대를 주축으로 한, 무주택자에게 온갖 특혜를 줄테니까 빚내서 집사라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수직증축 허용과 보금자리주택 폐지 등 건설사의 민원성 청원을 끼워넣은 것이다.

 

공은 이제 야당인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 이제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현재 민주당의 지도부들이 토건에 대해서 명확한 자신들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로 모양내기를 할 것인가, 이게 관전 포인트였다.

 

상식적으로, 예산안 같은 것으로 비유를 해보자. 정부 예산안이 오면, 야당은 대개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자고, 그 예산을 줄인다. 그걸 염두에 두고 정부는 미리 예산 부풀리기를 한다.

 

이번 부동산종합대책은, 정부안이 나온 거에 야당이 더 갖다 예산을 얹어준 셈이 되었다. 6억원과 전용면적 85제곱미터, 즉 국민주택 중 택일, 그렇게 하여 아파트 주택 전체의 95.5%가 수혜를 받게 되었다 (원래는 80%). 정말 통 크게 정부안에 확 얹어준 모양새가 되었다. 하여간 더 많은 가구가 양도세를 면제받게 되었다.

 

여기에 부부합산 소득 기준도 6,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통 크게 올려주었다.

 

기타 소소한 취득세 면제 등, 정부안에 더하여 민주당이 확실히 밀어준 것은 사실이다.

 

유사한 일이 미국 민주당에서 벌어진 적이 있기는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된 클린턴의 주택 정책이, 기본적으로는 메커니즘이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공공주택을 늘리기 보다는, 다들 일단 집을 좀 사게 해주자

 

인기도 좋았고, 단기 효과도 좋았지만, 결국 전세계가 혹독한 대가를 치루게 되었다.

 

한 가지는 민주당이 입증하였다. 정부안보다는, 자기들이 하면 더 크게 하겠다는 토건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만약 정확하게 정부안을 가지고 따지면서 자신들의 일관성을 지킨다면, 수직증측 리노베이션에 대해서 확실하게 먼저 따졌어야 했고, 공공분양 주택 즉 보금자리 주택을 지금의 정부안처럼 그렇게 은근슬쩍 없애는 것이 옳으냐, 그런 논의를 먼저 했었어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양보와 타협을 하다 보면, 양도세 면제 등에서 또 다른 양보안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순서를 뒤집었다. 그리고 자기들이 먼저, 조금 더! 그러니 토건이 아니라고는 말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양도세 면제라는 게, 기본적으로는 아무리 미사여구를 붙여도 세금을 면제해주는 것이다. 이것도 감세고, 취득세 면제도 감세다. 지금 수십조원의 추가경정 논의 앞에 전가의 보도처럼 증세를 요구하는 민주당이, 거듭 감세 조치에 동의해주는 이 상황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이헌재 이후, 여야의 위치만 바뀌었지 토건 앞에 야합하는 것을 본 것은 한 두번이 아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한 가지, 민주당이 자신들은 토건 아니다, 그런 이상한 말만 하지 않으면 좋겠다. 토목과 건설, 이번에 건설 쪽을 쎄게 밀어주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여기에는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남았다. 하여간 무조건 빚내서 집사라고 여야가 밀어붙이고 있는 생애최초주택구입자, 이들이 과연 집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

 

예전에 김예슬 학생이 자퇴하면서 했던 명언이 있다.

 

“G20 세대로 빚나거나 88만원 세대로 빚내거나…”

 

빚 권하는 정부와 여야, 그야말로 하우스 푸어로 빚낼 거냐 말거냐.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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