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독서감상문

 

어떤 책은 머리로 읽고, 어떤 책은 가슴으로 읽는다.

 

그러나 어떤 책은 머리가 거부하고, 어떤 책은 가슴이 거부한다.

 

요즘 싫은 데도 참고 읽는 책이 너무 많았다. 아기 옆에 놓고 책을 읽으려고 하면 아기가 달려와서 책 날개를 뺏어가고, 표지를 쥐어 뜯는다. 그래서 아기의 감시를 피해서 책 읽는 게 아주 큰 일이다. 책 읽는 것도 일종의 직업인지라, 나는 머리가 거부하고, 가슴이 거부하는 책도 읽는다. 참고 읽는다. 프랑스에서 우파들과 경쟁하던 게 습관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우파들은 돈과 네트워크 그리고 프레임을 쥐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내가 움직일 골목을 모두 대부분 - 막아놓고 있고, 내가 움직이려고 할 때마다 기습 공격을 하거나, 심통을 부린다. 내가 한국에서 우파보다 잘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책을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읽는 것 외에는 없다. 그래서 머리가 거부하거나 가슴이 거부하는 것도, 읽어야 한다고 하면 참고 읽는다.

 

그러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그 와중에 집어든 책이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이다. 이 책은 가슴으로 읽고, 눈으로 감상하는 책이다.

 

사진들을 보면서 설래이는 마음이 생기고, 가끔 가슴을 후비는 듯한 짠한 마음이 든다.

 

사진이 위주로 된 일종의 포토 에세이라서, 사진을 따라가면서 읽으면 마음은 자연스럽게 동화가 된다.

 

이 책을 보면서, “이건 좀 아니다 싶다”, 그렇게 가슴이 거부하는 느낌이 든다면, 정신치료를 위한 상담이 필요하지 않을까? 인간이면 가질 수 있는 보편적 정서인 측은지심과 미적 공감능력을 끌어내는 책이다.

 

여기에서 작가가 무슨 카메라를 썼을까, 무슨 렌즈를 썼을까, 이런 게 자꾸 궁금하다면, 자신이 기계에 너무 매몰되었던 것이 아닌가, 그렇게 의심해도 좋을 듯 싶다.

 

작가가 우리에게 알려준 팁은 한 가지낮은 자세로, 그리고 더 낮은 자세로. , 이게 길고양이들의 시선이구나, 그렇게.

 

, 그렇게 책을 두 번 읽고 나니, 조금 더 주제를 가지고 얘기들을 재구성했으면 어떨까, 길고양이라는 대상 말고 조금 더 세밀화된 모티브가 있었으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그렇게 사진과 얘기를 구성하는 것은 작가의 몫이다. 그리고 사진과 글을 감상했으면,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어지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여기다 참견질을 하려고 하는 것은, 잠시 발동하려던 내 가슴을 시기한 머리의 질투일 뿐이다.

 

우리 모두 가슴으로 세상을 느끼고 보던 시절이 있지 않았나? 고경원의 고양이 얘기와 함께, 잠시 머리를 눕혀놓고 가슴이 움직이도록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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