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방송후기 18. 축제의 경제학 혹은 장소 마케팅의 종말

 

내가 학위 받은 게 1996년이니까, 올해로 18년째이다. 그 동안 참 많은 논쟁을 했다. 큰 논쟁도 했고, 작은 논쟁도 했다. 그 중에는 울산에서 술고래 축제를 만들자는 단체장에 맞서, 그거 아니다, 뭐 그런 소소한 논쟁도.

 

하여간 페스티발 혹은 카니발, 이런 거에 대해서 난 기본적으로는 찬성이고, 이런 게 더 많아지는 게 문화적인 측면에서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게 기본입장이다.

 

경제인류학자 중에 라파포라는 사람이 있다. ‘Pigs for the ancesters’, 조상에게 바치는 돼지, 요 테제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사람이다. 그 덕분에 생태인류학이라는 게 생겨났다. 요즘은 그런 얘기 덜 하지만, 라파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면서 생태인류학이라는 한 분과를 만들려고 하던 시절도 있었다. 벌써 몇 년 되고, 대학 강의를 그만하겠다고 하면서 좀 시들해진 얘기이기는 하지만. 스페인의 투우나 파파아 뉴기니아 등 도서 지역에서의 돼지 축제 등, 기본적으로는 축제에 관한 얘기이다.

 

생태인류학이라는 주제로, 축제에 관한 얘기들만 모아서 별도의 책을 하나 기획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것도 불과 2년 전인가?

 

연이나

 

2000년대에 유행처럼 돌풍을 일으켰던 한국의 축제붐은, ‘장소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다. 토건 + 토호, 딱 요 포맷이다. 내가 여행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페스티발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야말로 토건의 장소 마케팅으로 각 지역에서 진행되던 많은 축제들과는 참 많은 논쟁을 했던 기억이다. 무슨무슨 아가씨 선발대회, 요런 거 가지고도 많이 싸웠다. 예전 한나라당 성향의 사람들과도 힘을 합쳤던 적이 있었다.

 

지금 와서 보면, 시간이 많은 것을 자연스럽게 해결해주지 않는가, 격세지감이다. 그 화려했던 시기도 끝나가고, 이제는 구조조정 단계로 들어간다.

 

장소 마케팅 논쟁이 한참일 때, 내가 주로 사례로 들었던 것은 영화 <반지의 제왕>이다. 3부 전체의 배경이 되었던 미나스트리스 같은 셋트장, 한국 같았으면 무슨무슨 촬영지, 무슨무슨 페스티발, 이렇게 생난리를 쳤을 듯 싶지 않나? 더군다나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 정도의 세계적 히트작이고, 특수효과를 담당하던 피터 잭슨팀이 여전히 뉴질랜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장소 마케팅 한참하던 우리의 눈으로 보면 그게 얼마나 중요한 경제적 자산이고, 문화적 유산이고, 에또, 경제적 파급효과가 몇 조원대이고, 일자리 창출도….

 

<반지의 제왕> 셋트는 영화 촬영이 끝나고 아낌없이 철거되었다. 그 편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게 100, 답이다.

 

한국과 뉴질랜드의 차이는, 한국은 지방 토호들이 토건을 이끌어가는 나라였고, 뉴질랜드는 그렇지 않았다, 그 차이 하나 밖에는 없다.

 

그렇다면 일본의 그 무수한 테마파크들은?

 

에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권해드리고 싶다. 그 배경이 바로 90년대 버블붕괴로 폐허가 된 테마파크다.

 

좀 너무 야박하다 싶은 평가일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지금 한국 지자체에서 억지로 하고 있는 축제 절반은 곧 귀곡성으로 바뀔 것이다.

 

한 때, 일본 사람들이 세계를 헤매고 다닐 때, ‘유럽 3대 사기라고 했던 게 있다.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 브뤼셀의 오줌 싸는 소년, 코펜하겐의 인어공주상. 그렇지만 이 3대 사기는 앞으로도 10년은 더 갈 것이다. 기념상 자체는 아무 것도 아닐지라도 그곳의 삶은, 뭉클한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다.

 

관제 축제의 미래를 말하기에 앞서, 그렇게 난리치던 장소 마케팅의 종료되는 걸 보면서, 정말로 만감이 교차하게 된다. 나한테 이 축제의 경제적 효과는, 고용창출효과는, 혹은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등등 침 튀기며 떠들던 그 많던 연구원들, 그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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