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방송후기 12. 프로야구편

 

드디어 프로야구가 시작되었다. 한 때는 나도 어지간히 극성팬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저 팀 순위 정도나 알 정도로, 그렇게 열심히 보지는 못한다. 오지환을 좋아해서, 작년에 낸 소설 주인공을 전격적으로 오지환으로 바꾼 적이 있다. 그 캐릭터는 원래는 연암 박지원으로부터 출발을 했는데, 내가 박지원에 대해서 세밀히 알고 있지 못했고, 또 그 무게감에 눌렸다. 오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캐릭터를 한참 잡다가 결국 리그 에러왕을 했던 오지환으로 바꾸면서 얘기가 풀려나갔다. (어제도 오지환은 두산전에서 끝내기 에러를 했다. 멋지다!)

 

양준혁과 아시아 경제의 이종길 기자가 키맨으로 나왔다. 이종길 기자는 라디오에서 몇 번 들은 것 같아서 익숙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TV 방송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좀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는데, 준비한 만큼 얘기를 못해서 아쉬워했다. 양준혁은 6월쯤에 다시 한 번 나왔으면 싶은 얘기를 했다. 리턴 매치가 한 번쯤 더 있을 것 같다.

 

 

프로야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특징과 아쉬운 점 같은 게 동시에 있다. 전두환 시절, 너무 강력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급작스레 출범을 시키다 보니 기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다 다시 정리를 하고 지역구단으로 새출발을 시키는 것도 이상하고. 경로의존성(path-dependency)가 너무 명확하게 보이는 부문 아닌가 싶다.

 

어쨌든 관중이 많이 늘어서 이제는 슬슬 손익분기점에 가까워졌고, 롯데 같은 구단은 흑자를 기록하기도 한다. 놀라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이라고 하는, 바로 그 수요자들이 구단 운영에 대해서 아무런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는 것은, 이것도 한국적 상황이기는 하다.

 

 

오세훈이 동대문 운동장을 부술 때, 참 아쉬웠다. 그래서 대안 모델을 찾기 위해서 달려갔던 곳이 일본 유일의 시민구단으로 불리는 히로시마 카프팀의 구장이었다. 시내에 있는 원래의 구장은 한참 리노베이션 중이었는데, 정말로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중이었다. 그리고 옮긴 구장은 조금 외곽으로 가 있는데, 그곳에서 우리는 구장을 부수고 디자인센터를 만든다는 얘기를 하기가 좀 어색했던 기억이다.

 

히로시마팀이 원래부터 시민구단이었던 것은 아니고, 동양공업, 우리에게는 마쯔다를 만드는 회사로 더 알려진 회사 구단이었다. 그런데 중간에 회사가 경영난에 봉착하니까 시민들이 주주로 참여하면서 일종의 하이브리드형 시민구단이 되었다. 정말로 그렇게 주주로 참여하는 아주머니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 자부심이 대단했었다.

 

흠이라면, 한동안 꼴찌 순항 중이라는. 좋은 투수가 있어도 오래 붙잡고 있기가 어려운 게 애로 사항이다. 주로 인근에 있는 한신 타이거즈로 선수들이 많이 옮겨가서, 약간 이 갈고 있는 상태

 

(히로시마의 신형 마츠다 돔구장)

 

양준혁은 선수협에 관해서 약간만 얘기를 하다 말았는데, 그야말로 현재 진행 중인 아픈 얘기들. 언젠가 프로야구에 대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 발전방향 같은 것을 정리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몇 년 전부터 가지고 있기는 한데, 그거야 말로 그냥 생각만. 나도 몸이 무거워서, 안 하던 일을 갑자기 하기가 어렵다.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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