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지옥이다

 

세상에 장식과 같은 것들이 있다. 내 삶 역시 장식이 아니었던가, 혹은 그런 장식들에 과도하게 매혹된 것은 아니었던가, 가끔 그런 질문을 해볼 때가 있다.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 혹은 정말로 내가 하고 싶던 얘기

 

물론 그런 것들도 결국은 또 다른 장식일지도 모른다는 순환 논리의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아기를 낳고 키우다 보니, 요즘 그런 생각이 근본적으로 들기 시작한다. 나는 육아를 직접 하는데, 아내랑 일을 나눠서 해도, 정말로 힘들고, 남는 시간은 정말로 없다.

 

예전에는 별로 그렇지는 않았는데, 특별히 꼭 내가 있지 않아도 되는 자리 혹은 내가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게 되면, 아기 보는 시간과 비교하게 된다.

 

, 그러다 보니,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 그런 생각을 더 하게 된다.

 

그냥 솔직하게 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면,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10대들의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내가 10대일 때, 바로 그 순간부터였을 것 같다.

 

20대는 그냥 괴로워하다 지나갔다. 뭐 하는지도 모르고, 정말로 어영부영하다보니, 시험 보게 되면 시험 보고, 논문 쓰게 되면 논문 쓰고

 

내 삶을 뒤집어 엎은 일은 결국 30대 중반에나 벌어졌다.

 

니미

 

이렇게는 조또 못살겠다.

 

10대 때 하던 고민을, 결국 뒤집어엎은 게 30대 중반의 일이다. 그 때부터는, 니미예절이니, 절차니, 다 지옥에 가라고 그래!

 

넥타이를 푸른 후, 다시는 넥타이를 누군가의 강요로는 매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 그렇지만 몇 번은 맸다, TV 토론 같은 데 나갈 때.)

 

하여간 그때부터 지금까지, 10대에 대한 얘기들을 써보겠다고 시작을 한 건데, 생각처럼 그렇게 잘 되지는 않았다.

 

‘88만원 세대가 원래는 10대에 관한 얘기로부터 시작한 건데, 중간에 좀 타협을 해서 20대 얘기를 집어넣게 되었다. 그 책의 원래 모티브는, 아기를 낳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정말 우리 모두가 고민하던 대안학교에 다니는 어느 한 여중생의 얘기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그리고 또 몇 년이 지나갔다. 그 후에 꽤 많은 고등학생을 만나게 되었고, 이것저것 생각도 더 많이 해보게 되었다.

 

올해는 공교롭게, 몇 권의 책이 예정되어 있는데, 소제는 다양하지만, 대부분이 교육에 관한 얘기들이다. 결국은 10대에 대한 얘기를 하는 책들이 올해 일정이 잡혀 있다.

 

이걸 정공법으로 갈지, 아니면 예전에 그렇듯이 스치듯이 갈지, 그런 걸 대선 이후의 지난 몇 달 동안 고민을 했었다.

 

그게 참 결정하기 어렵다. 이유는 다양한데, 정공법은 실패의 확률이 100%이고, 정공법을 피해가면, 책은 성공하더라도 내 가슴에 상처가 남는다

 

, 이 번도 피해갔구나

 

물론 정공법으로, 잘 성공시키면 좋겠지만, 우리는 공지영이 아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고민을 하다가, 문득 결정하게 되는 순간이 왔다. 

 

좌든 우든, 한국의 10대에 대해서 물어보면, 걔들은 안돼, 걔들이 뭘 하겠어, 이런 기막힌 의견의 일치를 만나게 된다.

 

이걸 요 며칠 사이에, 문득 깨달았다. 한국의 10대가 뭘 할 수 있다거나, 그런 가능성을 생각하는 사람은 좌파든 우파든, 어쨌든 지난 몇 달 사이에 보지를 못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복잡하게 말들을 하지만, 실제로 가까운 사이에서 물어보면

 

걔들이 뭘 하겠어, 좌우 공통된 반응이다.

 

아주 유사한 경험을 2005년도에 한 적이 있었다.

 

‘88만원 세대의 원형을 가지고 20대 문제에 대해서 조금씩 고민하던 시절인데, 그 시절, 한국의 좌파나 우파나, 20대는 다 재수없다고 말하는 것들을 들었었다. 요즘에야 좌나 우나, 20대들의 마음 아니면 표- 를 사기 위해서 뭐라도 하는 척 하지만, 2005, 2006, 한국의 좌우 주요 인사들에게 20대에 대해서 물어보면, 정말로 가감없이, 재수없다고들 말했다.

 

그 때 이 책을 꼭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 지금 생각하면 니미

 

출판사 몇 개에서 출간불가판정을 받고 당시 나는 이미 그래도 안정되게 몇 권을 출간한 저자였다 결국 출판사를 새로 만들고야 그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매년 한 권씩은 레디앙에서 책을 출간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게 ‘88만원 세대를 출간해줄 출판사가 없어서 우리가 새로 만들었던 출판사라서 그렇다. 나는 경영에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하여간 그게 그렇게 만들어졌었다.

 

그 때 생각만 하면, 니미

 

노무현 시절, 원래는 10대에 대한 연구로부터 시작한 게 연장되어서 20대로 넘어갔다가, 그 때난 지옥을 짧게 보았다. 20, , 이게 지옥이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래도 그 지옥은, 희망이 아주 안 보이지는 않았다. 책 후반부에 스쿠루지 영감을 투입한 건, 그래도 희망마저 없지는 않은 지옥이라는 생각 때문에서였다.

 

노무현 시절, 그 때부터 20대의 지옥이 확실히 열렸다는 게 내가 본 풍경이었다.

 

박근혜 시대,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았는데, 10대들의 삶, 지금부터는 정말로 지옥의 완성이 될 것 같다.

 

그래서 그 지옥도를 그려볼려고, 몇 달 전부터 생각 중이다.

 

그러나 정말로 할지 말지, 오늘까지는 계속해서 모색 중이었다.

 

오늘 딱 맘 먹었다.

 

내가 생각한, 그래도 괜찮은 사람들이, 10대들이 뭘하냐, 걔네는 그냥 게임 중독이고, 게임 속 계급 분할 속에서 이미 순치된 것 아니냐

 

고딴 식으로들 말하는 거라

 

그리고 10대들의 내적 고민 정도를 얘기해야지, 10대들이 학교를 뛰쳐나오는 얘기를 하면, 상업성 없다, 고렇게들 얘기하시는 거라

 

지옥을 본 것 같다.

 

10대들의 삶도 기본적으로는 지옥이지만, 그걸 정면으로 건드리는 건 재미없거나 곤란하다고 말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정말로 지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올해의 메인 작업으로, 할까 말까, 여전히 고민하던 작업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이것은 지옥이다라는 작업용 가제를 붙이기로 했다.

 

10대가 무엇인가, 뭐라도 할 수 있을까?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던 사람들이, 그 얘기는 재미없으니 딴 얘기 하자, 그게 바로 지옥이다.

 

정말로 무서운 지옥을 우리가 보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동화에서 소설까지, 올해 내가 해보려고 하던 시도들은 10대들의 삶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그것을 은유하는 것들이다.

 

이제 봄이다.

 

조금만 더 쉬고, 이제 슬슬 움직이려고 생각 중이다.

 

올해 나의 키워드는, 이것은 지옥이다

 

그리고 이 얘기는 10대와 교육에 관한 얘기에 관한 것이다.

 

Posted by reti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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