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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월 28일] 박근혜 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 우석훈 타이거픽쳐스 자문·경제학 박사
입력시간 : 2013.01.27 20:38:40
대략 3.6% 정도의 차이로 박근혜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승리하였다. 이 결과에 대해 다양한 여러 가지 해석과 분석들이 있을 수 있지만, 경제학자로서 나는 진보 쪽이 완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사람들과 여성들이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들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진보, 이건 진 것이다. 어떤 지표를 보더라도 남성들에 비하여 열악한 경제적 위치에 있는 여성들이 지지하지 않는 진보, 이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 수치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방향성 자체가 그 동안 우리들이 얼마나 오만했고, 우리들만의 세계에 갇혀 산 것인가, 그걸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70년대 학번들, 그들이 50대다. 80년대 학번들, 그들이 40대를 구성한다. 40대~50대 남성 엘리트 중심의 운동 정서와 문화, 그것이 한국의 가난한 사람들과 여성들에게 비토당한 것, 이것이 내가 이해하는 이번 대선이다.

자, 그렇다면 앞으로 5년, 한국의 진보는 무엇을 할 것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박근혜의 실패를 바라보며, 그의 실패 위에서 자신의 기회를 찾고자 하는 것은 치졸한 전략이라는 점이다. 그가 최소한 경제정책에서 성공하고, 지금보다 더 살기 좋은 5년을 만들 수 있기를 기원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그보다 더 나은 세상을 준비하고 기획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만약 박근혜 경제가 실패한다면, 흔히 중남미 경제라는 투박한 이름으로 불렀던, 그런 경제 상하층이 완전히 단절된 사회로 갈 위험이 있다. 그건 우리 모두의 실패이다. 그렇게 가면 안될 듯싶다.

IMF 경제위기를 DJ가 극복하던 1999년 상황을 생각해보자. 당시에 한국은 힘들었지만, 세계적으로는 상황이 좋았다. 그래서 우리의 문제만 어느 정도 정비하면 곧바로 경제를 자기 궤도로 되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 경제가 위기다. 여기에 더해서 대기업 중심의 수출경제를 IMF 이후에도 끌고 오면서 생겨난 구조왜곡의 문제가 겹쳐진다. 우리는 우리대로 힘들고, 세계는 그들대로 힘들다. 이 2중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게, 지금 한국 경제가 당면한 문제다. 우리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었더라도, 쉽지 않은 조건이라는 점은 서로 인정하면 좋겠다. 내가 하면 다르다? 경제는 기본적으로는 심리나 이념의 영역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이다. 누가 해도 어려운 건 어려운 거다.

보수신문에서 당선 이후 제일 먼저 한 얘기가 공약을 버리라는 것이었다. 같은 논리로, 지방토호들과 한 토건 약속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토건, 모피아, 교육 마피아, 이들에게 포위당하지 않는다면 일단은 절반의 성공이다. 진보든 보수든, 앞선 정부들이 이렇게 실패했다. 뻔히 이상한 것인 줄 알면서도 정치적 이유로, 현실적 이유로, 앞선 대통령들이 꼼짝 못하고 당하는 과정을 우리 모두 다 지켜보지 않았는가? 소수 관료 집단을 위해서 다수가 희생하는 것, 그게 한국 경제의 딜레마였다. 그 문제를 풀면, 이미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임자들은 못했다.

임기 5년간 평균 성장률 2% 정도를 달성하면 성공이고, 3%에 갈 수 있으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외 위기를 헤쳐 나가면서 그 정도 하기 위해서는 비밀스러운 특권과 공공연한 전관예우 등, 한국 경제가 만들어낸 기형적 구조들을 해소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경제도 기본적으로는 시스템의 문제이고, 시스템의 가장 근본 요소는 의사결정을 어떻게 내릴 것인가의 문제이다.

대선을 치르면서 가장 감탄한 것은, 천막당사 이후로 새누리당이 정말로 당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일이다. 관료화와 전문화, 그걸 이룬 공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한국 경제, 예전에 천막당사 이끌고 새누리당 개혁하던 만큼만 하면 박근혜 경제도 성공할 수 있다. 선택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 이런 건 오히려 부차적인 질문일 수도 있다. 아직 시간이 많고, 고민할 공간도 열려있다. 좌클릭이냐, 선택적 복지냐,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천막당사 시절의 참신함을 대통령으로서 얼마나 회복하느냐, 그게 박근혜 경제의 성공 여부를 보는 나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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