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보수 얘기, 뒤로 미루다

 

이상돈이라는 양반이 있다. , 그렇게 썩 좋아하는 양반까지는 아니지만, 잘 생각해보면 존경할 구석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런 양반이 새누리당에 있다는 게 좀 놀라운 일이다. 나름 권력욕이 있는 사람이라, 어떻게든 헤쳐나갈 거라고 생각한다.

 

원희룡 의원은 fta 문제가 아니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좋아했을 가능성이 많은 사람이다. 꼭 운동권 출신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 운동권 출신으로 새누리당 간 사람은 아주 많다. 합리적이라고 얘기하면, 원희룡에 대해서는 그 정도 평가를 하고 싶다.

 

내가 가지고 있는 보수에 대한 이미지는 아마 드골을 연상하면 편할 것이다. 알제리 사태 때 샤르트르가 당연히 알제리를 지지했고, 프랑스 보수들이 생난리를 쳤었다. 그 때 드골이 그도 애국자다라는 말로 사태를 진정시켰던 얘기를 전설적인 일화로 들었다. 앞에서는 방방거리고 있어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대화가 가능한 사람 그게 내가 가지고 있는 드골 이미지의 일편이다. 샤르트르, 드골, 다 좋아한다. 시락이 대통령 되는 것에 대해서 나는 현실적인 두려움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명박이나 박근혜에게 느꼈던 그런 강렬한 공포와 너저분함과는 좀 다른 감정이었다.

 

어쨌든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내가 본 대다수의 한국의 50대 보수는, 이건 보수도 아니고 쌩 양아치들이다. 여기에 한국 압축성장의 특수한 문제점이 집단적이고 구조적으로 결합한다.

 

이런 얘기들을 대선 전에 한 번 정리해보고 싶었는데, 기본적으로는 절대 시간이 부족했다.

 

그리고 보통은 내가 책을 쓴다고 하면 아내가 팔리든 말든, 거의 절대적으로 지지해주던 편이었는데,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 책은 아내가 강력하게 반대했다.

 

겉으로 내세운 것은, 안 팔릴 거라는 거였다. , 늘 팔기 위해서 책을 쓰는 것만은 아니니까… fta 경우는 안 팔릴 것을 충분히 감안하고도 그냥 내 양심에 의해서 쓴 경우고.

 

어쨌든 이런 쓸 데 없는 책 쓰면서 바쁘다고 할 거면 애기나 한 번 더 앉아줘, 그런 분위기였고, 진짜로 내가 50대 보수에 관한 책 쓴다고 정신 없다고 하면

 

육아휴직 일찍 끝내고 복직할 기세다.

 

어떻게든 시간을 내겠다는 생각을 안 한 이유 중에, 아내의 반대도 컸다.

 

시민의 정부에 대한 책은 어제 나왔다. 그것과 어느 정도 쌍을 이루면서 경제정책에서의 세대 문제를 조금 더 깊숙하게 들어가볼 구상이 있었는데, 어쨌든 대선 전에는 하기가 어려워졌다.

 

대선이 지나고 나서도 여기에 대한 책을 계속해서 쓰고 싶을지, 아니면 좀 다른 식으로 문제의식이 바뀔지, 그거야 정말 대선 결과 봐야 알 것 같다.

 

하여간 지금 상황에서는 물리적으로 뭘 해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고. 그래서 시민의 정부가 결국 이번 대선에 관한 마지막 책이 되었다. 약간 아쉬운 생각도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50대 보수 나빠요, 그렇게 증오만 가득 찬 책을 쓰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치학에서 얘기하는 보수와는 좀 전혀 결이 다른 얘기들이 경제에서는 풀려나오기는 한다. 지금 생각한 내용만 가지고도 책 한 권 채우는 데는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좀 더 시간을 가지면 지난 10년간의 사회문화적 흐름에 대한 해체의 단초 같은 것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대선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게 되었다.

 

시민의 정부는 벌써 끝났고, 소설책도 약간 튜닝 어색한 데들 잡아내고, 제목 정하고그 정도 일만 남았고.

 

캠프에는 안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어차피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하여 시간이 남았다. 아기 100일 기다리는 시간과 같기도 한데, 어차피 그 동안에 여행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해보니, 당장 뭔가 해야 할 게 없는 게, 도대체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해야 할 일은 늘 밀려 있는데, 다만 못 할 뿐인 그런 시간을 보낸 게, 짧게 보면 10, 학위 받은 뒤부터 생각하면 17년만인가?

 

그래서 맨날 본다고만 하고서 뒤로 미루어두었던 연암 박지원에 대한 공부를 하기로 했다. 열하일기부터 다시 시작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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