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꼽싸리, 준비를 하며
살다보니, 나도 참 생각보다 많은 경험들이 생겼다. 딴지일보에 글을 쓰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오랜 기간, 많이 쓴 건 아니지만 삼보일배가 한참이던 시절, 딴지일보의 환경 농설위원을 하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즐겁고 재밌던 시절로 기억하고 있다.
요즘은 흔히 총수라고 부르던 김어준과는 방송에서 주로 만났다. 상당히 재밌게 진행을 한다는 인상을 받았고, 편한 방송 중의 하나였던 걸로 기억이 난다.
노회찬 책 준비 등 중간에 몇 번 더 볼 일이 있기는 했는데, 본격적으로 기획회의 같은 것을 같이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꼽사리 방송에 대한 제안은 선대인이 몇 달 전에 처음 했다. 대안 경제미디어라는 아주 딱딱한 이름으로 시작을 한 건데, 그게 몇 번 회의를 거치면서 ‘나는 꼽사리’까지 온 셈이다.
다시 만난 김어준에 대해서 내가 다시 받은 느낌은…
지금은 김어준의 시대라는 것이다.
공중파 TV의 PD나 기획자들, 라디오 방송의 기획자들 혹은 영화의 제작자들, 이런 사람들과 어떤 방송 결과물을 만들 것인지, 혹은 어떤 다큐를 만들 건지, 그런 고민을 같이 한 게 나도 꽤 된다.
맨 처음 매달려서 같이 만들었던 방송이 교육방송에서 하던 <하나 뿐인 지구> 시절이다. 그리고 KBS의 초창기 시절 <환경 스페셜>에서도 재밌는 작업들 많이 했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환경 전문가들이 그렇게 많지가 않아서, 약간 더 안다는 이유만으로도 꽤 의미있는 일들을 할 수가 있었다.
어쩌면 동료들이기도 해서 미안한 얘기이지만, 요즘 공중파 PD의 기획자들은 몇 년 전에 비하면 그렇게 생기발랄하지는 않다. 사정은 충분히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어쨌든 위축된 상태로 또 몇 년을 보내다 보니, 정말 몸만이 아니라 마음도 많이 위축된 것 같다.
그런 건 못 만든다, 그런 건 못튼다, 이런 말이 입에 배었다. 오랫동안 동료처럼 일했던 사람들이라서 안 스럽기는 한데, 자신의 능력의 최대치들이 공중파 내에서는 상당히 줄어있는 것도 사실인 듯 싶다.
그런 상황에서 공중파 바깥에서 꽤 많은 방송을 기획하고 만들어낸 김어준의 기획 능력은, 내가 아는 작은 한도 내에서는, 당대 최고이다. 역대 최고인지는 모르겠다. PD로서는 좋은 평가를 못 받을지는 몰라도, 새로운 방송을 만들거나 포맷 실험을 해보는 데에는 기가 막힌 사람들이 좀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이번 정권에서는 평PD로 강등되거나, 외주 관리 혹은 자료실 관리 같은 것으로 좌천되고, 살아남은 사람들도 언제 그렇게 좌천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몇 년이 지났다.
김어준에게는 그런 금제의 시간이 없었다. 그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었고, 그렇게 금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더 많은 것들을 끌어내다보니, 방송 기획자로서 지금 김어준은 당대 최고이다.
공중파 방송들이, 더 못하기 경쟁을 하고 있는 동안, 그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고, 그 몇 년의 세월이 모여서, 적어도 방송 기획자로서 김어준은 이 시대 최고이고, 내가 만난 기획자 중에서도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의 김어준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해준 말들이 있는데, 나는…
그 김어준이 아니다. 지금은 정말로 당대 최고이다,
그렇게 얘기를 했다.
제4의 멤버와 흐름에 관한 기본적인 얘기들을 제시한 것은 김어준이다. 물론 그 정도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데, 그런 이유들과 자신의 구상들을 얘기하는 것을 회의에서 같이 들으면서…
이 사람이 당대 최고구나,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금은 자리에서 쫓겨난 좋은 PD들을 많이 안다. 그리고 현업을 떠나 PD연합회나 언론노조 같은 곳으로 자리를 옮겨간 사람들, 그들에게 기회가 있었다면 지난 몇 년을 거쳐 김어준 보다 훨씬 뛰어나고 감 좋은 기획자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 그들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다.
진행자로서 손석희가 가질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시대가 개떡 같아서 그런지, 다른 진행자들은 가져보지 못했다. 공중파의 PD들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한참 일하고 재미와 함께 재능을 발휘해볼 시간에, 그 사람들은 제작자와는 상관없는 서류 업무나 자료 관리 같은 자리로 밀려났다.
동료로 같이 일했던 그들에게, 늘 안스러움이 있다.
앞으로 읽으면 이상해, 뒤로 읽으면 요상해, 그렇게 자신을 소개하던 이상요 PD라는 사람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참으로 유쾌한 사람이었다. 지난 정권에서 KBS 팀장을 하던 양반인데, 재밌는 방송에 대한 구상이 많았다. 한국에 참 재밌는 사람이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는데, 정권 시작하자마자 평PD로 강등되었고, 뭐…
그렇게 공중파 PD,들이 자빠져 있는 동안, 김어준은 새로운 실험을 계속해볼 수 있었고, 새로운 기획들을 만들면서, 실패도 하고, 또 성공도 하고.
그게 어떤 시절이었을지, 간만에 만난 김어준과 기획회의를 같이 하면서, 머리 속에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지금 한국에서 방송의 최고 기획자는, 그리하여 김어준이다.
시대는 흐르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의 시간은 정말 빠른 것.
공중파 PD들이 사장에게 묶여서 놀고 있는 동안,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도 놀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니.
게다가 공중파에서 명박 뉴스를 틀어대고, “이것만 보여주는 것도 어디냐” 하면서 뒤로 갈수록 맥 빠지고, 본론 얘기 앞에서 한 풀 꺾으면서 “우리 모두 반성합시다”, 이런 한숨 푹 나는 결론들을 내리는 동안.
다른 사람들도 그러고 있을 필요는 없으니, 그 빈 공간에서 김어준이라는 새로운 기획자가 탄생한 것 아니냐, 그게 내가 이 과정을 준비하면서 느낀, 가장 큰 느낌이다.
꼼수다 포맷의 방송은, 기본적으로는 출연료가 없고, 오히려 이것저것 들어가게 되는 소소한 경비 등은 출연진들이 갹출해서 메꾸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쉽게 얘기하면, 자기 돈 내고 방송하는 그런 구조이다. 서버 비용은 엄청나게 많이 드는데, 아직 이것에 대한 해결책은 못 찾았다. 뭐, 수가 나겠지, 안되면 좀 나눠서라도 내고.
원래는 나경원식 표현으로 하면, 돈 받고 하는 게 프로페셔날이고, 자기들은 프로페셔날이라고 강변하는 구조이다.
서울시 회계가 단식회계라고 하거나, 펀드는 기업이 돈 내는 거고, 기금은 정부가 돈 내는 거라고 하는 게, 무슨 프로페셔널인지는 잘 모르겠다. 펀드의 우리 말이 기금 아닌가?
어쨌든 그 정의대로라면, 꼼수다 같은 경우는 전형적인 아마추어 방송이다. 돈 안 받는 건 커녕, 돈 내고 하는 방송이니, 출판으로 얘기하면 동호인들이 하는 자비출간에 해당한다. 전형적으로 자기가 필요한 경비를 지출하면서 하는 아마추어 방송, 뭐 그래서 나경원식으로는 아마추어리즘이라고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시대는 명박 시대…
프로들이 아마추어들을 절대로 따라 올 수 없다는 생각을, 김어준과 같이 한 기획회의에서 느꼈다.
정권이 제작자의 입을 틀어막는다는 건, 이런 거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가 클 것 같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입을 틀어 막힌 상태에서 몇 년을 지내서 상상력이 극도로 제약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차이.
참, 기기묘묘한 시대이다.
아마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 과정에서 내가 또 한 가지 느낀 것은, 이 시대가 한 편으로는 김어준의 시대이며, 또 한편으로는 김은남의 시대라는 점이다.
시사저널에서 시사인이 독립해나올 때 단식했던 두 사람 중의 한 명이 김은남이다. 젊은 편집국장이 시사인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올라갈 때, 그게 어떤 변화를 일어낼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부드러움의 리더십’이라는 표현을 쓴다면, 김은남이 진짜 그렇다.
그는 후배 기자들에게 자유를 주었다. 선후배 간의 다소간 고압적인 분위기 내에서 후배 기자들에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자유를 준 것은, 내가 기억하는 한으로는 김은남 편집국장이 처음이다.
그렇게 수평적 구조 내에서 자유를 누리게 된 기자들 사이에서 고재열이 물 만난 듯이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그 흐름 내에서 주진우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물론 그 공은 고재열이나 주진우에게 가는 듯 하지만, 그들이 움직이고 지금처럼 우리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구조는 바로 김은남이 편집국장으로서 그들에게 부여해준 자유와 권한이라는 게, 내가 이 회의를 하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이다.
김은남, 브라보!
이 몇 주 동안에, 어쨌든 많이 배울 수가 있었다.
정권이 바뀌고, 공중파를 드리우던 어두운 먹구름이 걷히면 또 어떤 여건이 되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그건 잘 모르겠다. 우리들의 공중파에도 20대 PD들이 어쨌든 새롭게 들어갔고, 이런 건 아니다, 그런 새로운 흐름이 생겨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세상이 자본의 힘과 권력의 힘만으로 움직일 것 같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명박과 삼성의 만남은, 한국을 지배하는 양대 자본, 현대와 삼성이 손을 잡은 것,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물리적 기반을 다 장악한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사실 그렇게 그들이 완벽하게 지배하고, 그래서 영구집권을 하게 되는 게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힘과, 돈 만으로 세상을 움직일 수가 없다는 데에, 사태의 어려움이 있다.
명박과 삼성이 통치하던 지난 몇 년, 일단 살기가 너무 힘들어졌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질적 기반에서, 그들은 실패했다.
그리고 그들은 대의와 명분을 만들지 못했다. 툭하면 불법인 사람들이 준법을 얘기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어쨌든 세상은 명분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너무 간과했다.
돈과 권력으로 세상을 틀어쥐려고 했는데,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그게 이 몇 주 동안 내가 좀 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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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은 정말 절정입니다. 딴지일보시절, 한겨레 상담 시절에 이어 제 3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듯. 진중권 형님도 김어준에 대한 해석을 포기하고 잠시 버로우 타신거 같더군요. 저 조차도 황우석사태때 김어준에 실망한 1人이지만 지금은 나꼼수 팬이니 말 다했죠 ㅋㅋ
트위터에서 황우석 운운하면서 김어준 살짝 꼬집고 넘어가더군요 . 곽노현 관련해서 말이죠. 요즘은 잠잠한가? 두사람 모두의 빠인 제 입장으로썬 좀 묘한 느낌이...
중권이형 지금 계정 닫아놓으셨어요ㅎㅎ 잠시 쉬고싶으신듯
진교수는 그 추종자들이 한심해서 상대를 안 한 겁니다. 어떻게 그들의 곽감옹호논리에 설득이 되는지... 우리가 차버린 정말 진보의 논객,,, 우리 행위에 우리가 책임져야죠.
그런데 곽감문제는 정말 진보진영이 좀 미쳐돌아가는 느낌이 들어요... 평소에는 안 그러던 사람들도 논제이야기는 못하고, 이리저리 진교수 인신공격만 하는 등, 허수아비만 치고 있고..
'잔인한 시대'가 김어준을 키워줬죠.
5-6년 전에 우연히 라디오 채널 돌리다가 특이한 웃음소리에 꽂혀서 그때부터 김어준 라디오 방송 따라 다니는 1인입니다.ㅋㅋㅋ
cbs '저공비행' (정혜윤pd,서민,정봉주vs홍준표,서해성,정윤수...)-->cbs '시사자키'--->out ---->sbs 라디오 시사'뉴스앤조이'--->out...
시청률 대박 쳐줘도 결국은 out....
그냥 내버려 뒀다면 방송인으로서의 행동반경 내에서 적당히 인기 끌면서 잘 지냈을 것 같은데, 시도 때도 없이 여기 저기 태클 걸고 결국 '열 받게 만들어서' 그동안의 축적된 노하우로 '나꼼수'를 탄생시켰을 것 같다는ㅋㅋㅋ 어머나, 고소해라 ㅋㅋㅋ
왠 노빠?
얘 여태 살아 있네. 치이이익~~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아직 취기가 남아 있는듯. 간만에 이런 모습보니 오히려 인간미가 느껴집니다. ㅎㅎ
'나는 꼽사리' 한다고 하니까 배 아픈 사람들이 여기에 슬슬 기어 들어 오고 있네요 ㅋㅋㅋ
농업과 부재지주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계신 우쌤께 먼저 감사 인사 드립니다. 우선생님 FTA비준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의원 수가 많은 한날당에 의해서 곧 통과되겠지요. 쌀농사를 짓는 사람으로서 걱정이 많습니다. 김종훈의 이면계약 땜에 쌀관세도 곧 폐지되리라 생각되는데.....농축산업 다 피폐되어도 수출주력기업만 잘되면 그만이라는....지배권력층이 한 번만 눈 질끈 감으면 대대로 부귀를 누릴 수 있다는 탐욕에 민족의 미래가 넘 암울합니다.
나꼼수 경제편에 출연하신다니 부탁드립니다.
한미 FTA로 인해서 벼 재배면적이 줄어들면 농약으로 범벅된 미국산 GMO 쌀을 국민들이 먹게된다는 사실과 멕시코 주식인 옥수수 문제에서 보았듯이결국 미국도 쌀값을 천정부지로 올리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꼭 말씀해 주십시요.
향후 석유고갈과 기후이상으로 전 세계적으로 식량난이 닥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우쌤의 책을 거의 다 읽은 팬으로서 꼭 꼭 부탁합니다.
그런데 진영이 다르다뿐이지, 나꼼수랑 Rush Limbaugh쇼나 글렌 벡이 하는 프로그램이랑 형태나 이런 측면에서 다른 측면이 무엇인지.... 그런 거 자막 만들어서 올리면 그 인기가 더 높을 듯 한데,, 진보시민님들은 더 데일리쇼 좋아할테고.
십알 존나 김어준 후장까지 핱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