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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ired 2009/08/26 15:14

내가 대학에 강연하러 갈 때, 어지간히 튼튼한 사람이 부탁하는 것 외에는 안 간다. 나를 초청하고 나서 시간강사에서 짤린 사람들이 좀 있다.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지만, 내가 간 다음에 시간강사에서 짤리는 걸 보면서 정말로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더 가슴 아픈 것은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중대에서 진중권의 겸임교수 탈락은 치사하기는 하지만, 아무 사건도 아니다. 그게 진중권에게 특별한 경제적 불편이나 학문적 아픔을 주지는 않는다.

 

나도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길들이 하나도 없이 막혀있는 경험을 몇 번이나 했지만, 그게 내가 차분하게 앉아서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진중권에게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가 완벽하게 길이 막혀 정말로 집에 틀어박혀 글 쓰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길게 오면 한국에게는 그게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진중권의 재기발랄한 코멘트를 듣지 못하는 것은 '따분한 한국'이 되겠지만, 그가 장편을 쓰고, 책을 쓰면... 우리에게는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앙대의 진중권 겸임교수 탈락은 이와 같이, 아무 사건도 아니다. 같은 동료라고 생각하면, 진중권의 겸임교수 탈락은, 전혀 위로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차비도 안 나오는 강의, 안 하게 되어서 축하할 일이다. 나도... 강의보다 내 돈이 더 들어가는 데, 그래도 학생들 생각하면서 싫은 강의 억지로 하고 있는 셈이다.

 

우연하게... 진중권 탈락이 결정되어 세상에 보도된 그날, 진중권을 만났다. 그는 아무 사건도 아니라고 했고, 나도 그 일을 위로할 생각도 없었고, 그도 그런 일로 위로받을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 보였다.

 

내가 진중권에게 겸임교수를 권했던 사람들에게 좀 섭섭하게 생각하는 것은.

 

겸임교수가 아니라 전임으로 임용을 했었어야지, 하는 것이다. 이것은 한예종의 그의 동료라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 감정이다. 그가 그렇게 필요했다면 전임 자리를 줬어야지, 치사하게 강의를 포함해서 단기 연구원으로 그를 부르다니.

 

진중권은 한국에서 전임이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다.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서 박사학위가 있어야 한다고? 그건 웃기는 얘기다. 게다가 진중권이 활동하는 critics 부문, 그게 대체 학위가 왜 필요한 분야냐?

 

하여간 그래서 진중권의 중앙대 겸임교수 탈락 건에 대해서 그냥 한국의 우파들이 그만큼 '치사빤쓰'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고, 진중권의 동료들 역시 너무 그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라는 게 내가 받은 메시지이다.

 

이것과 중대 학생들의 항의와 징계 건은 전혀 다른 것이다.

 

중대 학생들의 항의를 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은, 그러면 진중권을 전임으로 뽑아달라고 해야지, 겸임교수 연장을 주장하면, 좀 너무 약하지 않나 하는 정도이다.

 

비슷한 사건이 내가 대학을 다닐 때에도 있었다. 학과장실을 점거하고, 정치경제학 전공 교수를 뽑아달라고, 하여간 완전 땡깡을 부렸었다. 그 때 우리는 정운영 선생이 오기를 내심 기대했는데, 그 기대까지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서울대에서 김수행 선생 후속 자리를 뽑지 못했을 때에도...

 

그냥 항의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 학과장실을 점거하고, "뽑아줘, 뽑아줘"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그건 당사자들이 결정할 일이고.

 

그런데 그 작은 항의를 했다고 학생징계에 들어가는 것은, 전혀 결이 다른 사건이다.

 

이건 '우파들 치사빤쓰'라는 게 아니고, 대학이라고 우리가 생각하는 대학 공동체를 스스로 붕괴시키는, 아주 큰 사건이다.

 

물론 법질서, 규정, 이런 것을 들이밀 수는 있지만, 우리가 지키려고 하는 것은, 좌파든, 우파든, 보수든, 진보든, 대학을 일종의 학문 공동체이자 사회 공동체로서, 일종의 대학 공동체를 지키려고 하는 것 아닌가.

 

그 안에서는 아주 극렬한 우파 민족주의자에서 아나키즘을 주장하는 좌파의 끝의 끝도 공존하면서, 학문이라는 틀 내에서 서로 논쟁하고 고민하면서,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지 못한 새로운 돌연변이 혹은 새로운 결합체들을 등장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안에서 그래서 '포용성'이 생명이다. 대학 내에서 실험할 수 없는 것은 사회에서 실험하기가 더욱 어렵다. 그리고 그런 포용성이 있어야 다양성이 나올 수 있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틀이 나올 수가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금 중대의 학생 징계는 사소한 실험이라도 허용할 수 없다는, 대학공동체가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있는 공동체로서의 성격을 스스로 부정하고 붕괴시키려는 것이라서 심각한 사태이다.

 

학교 당국에서 만든 지침을 곧이 곧대로 다 따라갈 순둥이들만 가지고 대학 공동체가 잘 돌아갈 수 있고 발전할 수 있겠는가? 대학공동체는 그 어느 곳보다도 더 많은 포용성을 가지고, 미래 가치가 잉태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중대의 학생 징계는 그런 점에서 심각한 사건이다.

 

비유를 들자면, 노무현 노제가 끝나고 경찰 기동대가 시민 분양소를 부순 것보다 더 큰 사건이다. 그 사건은 시민들의 자발성을 부순 것이지만, 중대의 학생 징계는 대학 공동체의 근간을 부수는 것이고, 우리들의 미래를 부순 것이다.

 

진중권이 문제가 아니고, 중대가 문제가 아니다.

 

대학의 공동체로서의 기본 근간에 총장의 권위가 정면 충돌한 사건이다.

 

고작 30명 학생들의 징계, 이렇게 간단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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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빈틈없이 2009/08/26 17:23  Addr  Edit/Del  Reply

    숨통을 조입니다. 학교가 예외가 될수는 없어보입니다. 진짜 10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게다가 고등학생 이하의 어린아이들도 이런 교육하에서는, 이런 환경하에서는 유치원때부터 인간성 파괴를 종용받습니다. 진짜 틈이 안보입니다. 10년 후에는 훨씬 더 끔찍해질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2. 여울바람 2009/08/26 17:29  Addr  Edit/Del  Reply

    솔직히, 거의 모든 대학교들의 작태들이 포용성 따위는 없는 듯. 숨막히는 곳에 여유도 명랑도 없고, 창의성도 없으며 그저 벌레들만 있습니다.

  3. Favicon of http://uldus.textcube.com BlogIcon 구르는곰 2009/08/26 22:33  Addr  Edit/Del  Reply

    기사를 보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징계군요. 무단침입에 해당된다고 해서 3분만에 학생들이 알아서 나왔는데 빨간딱지 때문에 징계라 / 아예 항의하지 말고 살라는 거군요. 대학이 정권안보에 앞장서는 나라에서 살아야 하다니... 대학 공동체는 더이상 없다 내말에 토달면 넌 재미없다. 이걸 중앙대가 처음 보여주는 군요. 장관자리 하나 받으시겠다. 그 분

  4. Favicon of http://www.vincentkwak.com BlogIcon Vincent 2009/08/27 06:52  Addr  Edit/Del  Reply

    대한민국의 대학들은 취업사관학교지 학문 연구의 공동체가 아닙니다. 그걸 중앙대학교가 앞장 서서 발가벗고 보여주네요.

  5. Favicon of http://lnr.cafe24.com BlogIcon 키세츠 2009/08/27 13:02  Addr  Edit/Del  Reply

    민족고대의 뻘짓은 총장 개인 차원으로 환원될 수 있다손 치더라도... 이번 중대의 만행은 폴리페서의 설레발이 어디까지인지를 잘 보여준달까요.

    학교는 우리와 가장 밀접한 단체중의 하나인데 여기도 숨통이 조여지면 대체 어쩌자는 건지 답이 안나옵니다....

  6. Favicon of http://blog.naver.com/indisha BlogIcon indie 2009/08/27 18:13  Addr  Edit/Del  Reply

    부끄럽습니다. =_=
    에휴... 그나마 진중권씨가 계신 것만으로도 조금 위로가 되었었는데,
    이제는 -_-
    학생 징계라니...

    간만에 가본 학교는 토목 공사 투성이고...
    이게 뭔가요.. 정말...

  7. 예전.... 2009/08/30 19:32  Addr  Edit/Del  Reply

    80년대 징계 받을 때.. 평소 정치적 소신 전혀 비치지 않던 나이든 교수님이 대학 본부 오가며 선처를 애써주시던 기억이 나네요..
    같이 하든 안하든 행위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일치를 보았던 군부 독재 시대의 투명성은 이제 기대할 수 없고.. 대학에 대한 관용이 그 때보다도 못하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고문만 안한다 뿐이지..
    중대 선생님들 학생들 구하고자 얼마나 일치되게 애써주실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