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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etired 2011/06/11 00:35

전환기의 한 시점에서

 

한국의 특징은, 속도에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일본 사람들은 그걸 남비근성이라고 불렀나? 원래도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압축성장을 겪으면서 그렇게 된 것인지, 하여간 근원은 잘 모르겠지만, 변화의 속도만큼은 한국이 최고인 것 같다.

 

올해 6.10은 대학생들이 주최한 등록금 집회였다. 가급적이면 6.10 행사에는 잠깐이라도 참가하려고 하는 편이다.

 

‘88만원 세대로 시작된 경제 대장정 시리즈는, 원래는 녹색평론을 위해서 기획을 시작했던 시리즈였다. 생태학에 대한 얘기를 밑에 깔면서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문제를 검토하면서 갈 길을 찾아보자는 게 원래 시작했을 때의 생각이었다.

 

이 상태로는 출간 못한다는 통보를 받고, 좀 황당했었다. 출판사 몇 군데에서 더 퇴짜를 당했는데, 맨 번 이유는 조금씩 달랐다.

 

하여간 원고에서 추가로 고친 건 없고, 레디앙으로 출판사가 확정되고 나서 바리케이드와 짱돌 얘기를 추가했다. 사람들은 당시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는 자리를 잡았으니까, 길거리에서 뭔가 새롭게 해야 할 게 있느냐는 의견들을 많이 주었었는데, 나는 택도 없다고 생각했다.

 

DJ 때에도 집회는 많았고, 노무현 때에도 나는 길바닥에 있었다. 농성장 돌아다니면서 사람들 위로하는 게, 진짜로 하루 일상이던 시절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박진섭, 장지영이 광화문 열린 광장에서 텐트도 없이 한 겨울을 났던 순간이다. 내 생각의 기본은, 그 겨울에 대체적으로 형성이 되었다.

 

그 전에 알고 있던 건, 일단 한 번 버렸다.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내 생각이 다시 한 번 많이 변했다. 여전히 아직 촛불집회의 본질이나 성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는 정도이다.

 

한 번쯤은 분석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데, raw data 자체가 너무 없다. 누가, 어디서, 얼만큼, 본격적인 분석은, 아직은 좀 시간이 이를 듯 하기도 하고.

 

어쨌든 그 때는, 꽤 열심히 나갔다. 집회에 나가서 앉아 있으면참 오만 가지 생각이 든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아무래도 더 집중적으로 생각해보고, 문제 자체가 제대로 설정된 것인지, 그런 생각을 더 해보게 된다.

 

집회라는 것은 사회적 행위인데, 사회적 행위 중에서도 강도가 아주 높은 셈이다. 집회는 사회를 바꾸지만, 진짜로는 자기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바꾸는 게 더 큰 것 같다. 내 경우에는 그랬다.

 

내가 경험해본 외국의 집회는 프랑스와 일본 정도이다. 일본에서는 페스타라고 부르는, 반빈곤 페스티발에 참여해봤었다.

 

누군가는 분석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만, 분석한다고 책상에만 앉아있다고 뭐가 생각이 많이 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변화는 많은 경우, 불완전 변태를 하는 곤충이 허물을 벗을 때마다 계단식 성장을 하는 것처럼 집회를 중심으로 변해가는 경우가 많다. 언제까지나 그럴 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지금까지는 이렇게 온 것 같다.

 

대형집회가 시작되면, 한국의 변화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진다. 현장에서 느낌을 보지 않으면 도무지 따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그 변화의 속도는 격렬하다.

지난 촛불집회 때부터, 일단 뚜껑이 열리면 그 다음에는 어떤 방식으로 넘어갈지, 어떤 결과가 생길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그런 아주 휘발성 높은 사건으로 전환되는 경향이 생겼다.

 

나도 이제 마흔 중반이다. 이번 대선 때까지만 사회적 활동을 한다고, 그 다음의 일정들은 미루어놓고 있는 상태이다. 주요 사회적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힘들어서 영원히 그렇게 살 수는 없다. 공단을 그만두고 그렇게 논쟁 한 가운데로 들어간 것도 내년이면 10년 째다.

 

다음 사람들에게 자리를 비워주고 조용히 살 생각이다. 그러나 그 전에 청년들의 문제와 대학생 문제 몇 개는, 해결은 하지 못하더라도 사회적 의제로는 만들고 싶었던 게 몇 년 전의 작은 소망이었다. 변화는 시작되었고, 그 끝은 누구도 모른다.

 

일단 한 번 길이 열리면, 몇 가지 문제들이 더 얹혀나가는 게 많은 경우의 양상이다.

 

한국은 새로운 전환기로 접어들어간다. 몇 년 전에, 다음 번 변화에도 결국 대학생들이 맨 앞에 서고, 20대가 주인공이 될 순간이 올 거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내가 해봤던 경제적 분석들은,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그 순간이 지금인지 아닌지, 그건 잘 모르겠다.

 

더 격렬한 변화의 순간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까지가 내가 이해하고 있는 현 상황이다.

 

우리의 문제는 좀 더 근본적이고, 경제 위기의 밑바닥을 아직은 보지 못했다.

 

어쨌든 87년 이후 가장 중대한 전환점 위에 서 있다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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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610 끝이 안 보이는 등록금 반값 집회 참가자들 삭제

    http://youtu.be/Z2XrArbtP0A 청년유니온 회원들의 6시 준비하는 것에서, 밤에 진행된 촛불 집회 모습까지 영상에 담았습니다. 참고로 한 분께서 레알 청년'을 100권 주문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레알 청년.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노동 경험 이야기입니다.~ 많이 읽어주세요~ 도서관에도 신청해주시고, 구매도 해주세요. 판매 금액은 청년 노동자들의 호혜 기금으로 운영됩니다. 레알 청춘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청년유니..

    2011/06/11 09:46 | Tracked from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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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11 01:44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파도소리 2011/06/11 20:20  Addr  Edit/Del  Reply

    우샘 은퇴하지 마세요 아직 한국 사회가 엉망이라 우샘이 필요합니다 한국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안정될 때 까지 활약해 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