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제회의에 참가했다가 아리수라는 물이 있어서 마셨다. 맛은, no comment.

 

고양이 물 먹이는 것도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닌데, 이놈이 처음 우리 집에 온 며칠을 제외하고는 물을 일절 마시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지도 목이 마르긴 하니까 화분에 있는 물, 화분 물받침에 고인 물, 이런 물들을 마신다.

 

길에 살던 고양이를 데리고 온 거라서 자연의 물의 좋은가, 이리저리 추론을 해봤는데...

 

한 달쯤 후에 정수기 물을 주면서 문제의 원인을 알았다.

 

길고양이 주제에, 수돗물은 안 마신다, 허걱.

 

우리 집 고양이가, 이게 입맛이 좀 까다롭기는 하다. 오죽하면 햄버거 고양이라고 별명을 붙여주었겠나.

 

캔도 가끔 따주는데, 딱 자기 선호하는 캔 한 두개 말고는 본 척도 않는다. 그래서 하루쯤 기다려보다가 결국 마당에 사는 원단 길고양이들만 포식하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하여간 입이 짧으셔...

 

열 달쯤 지나가니까 요즘은 고양이용 육포나 햄 같은 것도 조금씩은 먹는데, 뭐 그렇게 내켜서 먹는 눈치는 아니고, 주는 성의를 봐서 약간 맛이나... 잘났다, 정말.

 

그러나 굶으면 굶지, 이 고양이는 절대로 수돗물은 안 마신다. 서울시에서 아무리 수돗물 품질이 뛰어나고, 생수 대신 마셔도 된다고 아리수라는 이름을 붙여도...

 

고양이가 본 척도 안 하려고 하는데 어쩔 거냐. 명박식으로 '대한 늬우스' 틀어대나고 해서 고양이가 꿈쩍도 할 것 같지도 않고.

 

썩은 물도 먹고, 툭하면 샤워하고 난 물도 먹는 고양이가 수돗물은 절대로 안 먹는 상황. 잘 났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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